"6억 올라도 3억이 세금" 강동은 입주 홍수에도 공급 가뭄

안장원 입력 2020. 7. 7. 05:06 수정 2020. 7. 7.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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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의 부동산노트]
공급 증가→가격 하락 안 통해
매물은 동결·잠김·누수로 실종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 9월 입주 예정인 2000여가구의 래미안강남포레스트. 새 아파트 입주가 쏟아지지만 시장으로 나오는 매물이 드물다. [중앙포토]

서울 강동구 고덕동 일대 저층 아파트 가운데 가장 먼저 재건축해 2011년 말 입주한 1100여가구의 고덕아이파크(옛 고덕1단지). 6일까지 신고된 실거래가 금액을 보면 84㎡(이하 전용면적)가 지난달 12억6000만~13억5000만원이다. 2년 전인 2018년 6월 가격은 10억2250만~10억3000만원이다. 많게는 3억원 넘게 30%가량 뛰었다. 같은 기간 강동구 아파트값이 평균 5.3%, 강동구를 포함한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 상승률이 4.0%다.

고덕아이파크 84㎡ 전셋값은 다르다. 6월 말 확정일자 신고한 전세보증금이 5억9000만원으로 2년 전(평균 6억1500만원)보다 되레 내려갔다.

인근 암사동 롯데캐슬퍼스트 59㎡ 매매거래가격이 2년 전 7억5000만원에서 최근 9억5000만원으로 뛰었다. 같은 주택형 전셋값이 현재 4억5000만원 정도로 2년 전 5억원 선에서 10% 가까이 내렸다. 지난 2년간 강동구 아파트 전셋값이 4.4% 내렸다. 나머지 강남3구는 모두 올랐다(1.6~3%).

‘입주 홍수’의 엇갈린 영향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강동구 아파트 입주물량이 지난해 1만1000여가구였고 올해 1만여가구 예정이다. 강동구는 입주 가뭄 지역으로 2009~18년 연평균 입주물량이 2000가구에 불과하다.

입주가 크게 늘면 매물이 급증해 전셋값만 아니라 매매가격도 하락하기 마련이다. 잠실 주공 재건축 단지가 잇따라 들어서며 2만여가구가 쏟아진 2008년, 송파구 아파트 전셋값이 8개월 가량 하락했다. 매매가격도 1년 내내 약세를 보이며 그해 8% 내렸다.


공급 증가→가격 하락?

‘공급 증가→가격 하락’ 공식이 요즘 서울 주택시장에 통하지 않고 있다. 주택 공급은 집으로 들어선 입주물량을 뜻한다.

정부가 수치상의 공급 착시에 빠져 공급 정책을 안일하게 펴다 집값 급등 역풍을 자초했다. 공급이 충분하다고 보고 밀어붙인 수요 억제가 공급 부족 부작용을 키웠다.

2016년 서울 주택 입주물량이 정부 공식 통계를 시작한 2005년 이후 처음으로 연간 8만가구를 넘어선 데 이어 지난해까지 7만가구를 이어왔다. 2018~19년 연간 아파트 입주물량이 4만가구를 넘어섰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2017년까지 연평균 3만가구 정도를 훨씬 상회한다. 지난해 4만5000여가구로 금융위기 이후 최대다.

입주물량 통계상으론 2~3년째 입주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다. 올해도 수그러들지 않는다. 5월까지 누적으로 3만6000여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2만9000여가구)보다 20% 더 많다. 아파트(2만5000가구)는 지난해(1만6000여가구)의 1.6배다.

정부가 일반가구·소득·멸실 요인을 반영한 서울의 연평균 신규 주택수요를 5만5000가구로 잡고 있다. 외지인 매수 증가 등 수요 급증 변동성을 감안하더라도 7만가구면 충분한 셈이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2018~19년 2년 연속 약세를 보이며 입주 증가 효과를 톡톡히 보여줬다. 반면 매매가격은 매면 굵직한 대책이 나올 정도로 지속해서 올랐다.

입주가 늘었어도 시장에서 수요를 만나 가격을 결정하는 매물이 줄었기 때문이다. 재고 공급량이 아니라 유통 공급량이 감소했다.

자료: 국토부

수요-공급에서 공급은 변함없이 수요만 줄이면 과잉 공급으로 가격이 하락한다. 수요가 줄면서 공급도 따라 감소하면 수요 감소 효과가 없다. 공급이 더 많이 줄면 과잉 수요로 수요 억제 기대와 거꾸로 가격이 더 뛴다. 서울 주택시장판도다.


매물 동결

몇 년간 집값 급등으로 입주 후 시세가 분양가보다 대폭 올랐다. 가격이 오른 데다 양도세 강화로 입주 후 팔면 세금 ‘폭탄’이 된다. 세금 부담에 따른 ‘매물 동결’이다.

지난해 말 입주한 강동구 상일동 고덕센트럴아이파크 84㎡가 최고 13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2017년 6월 분양가가 최고 8억원이었다. 분양가 대비 6억원 올랐다. 양도세가 절반인 3억원이다.

부동산중개업소들은 “어쩔 수 없이 팔아야 하는 급한 사정이 있는 게 아니라면 세금 무서워 못 팔겠다고 한다”고 전했다.

입주 2년이 지나면 단기 양도 중과(40~50%)에서 벗어나고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혜택도 있어 세금이 그나마 줄어든다. 2년간은 신축 아파트 매물 기근이다.

금리가 낮아져 잔금 대출 원리금 부담도 줄어 ‘버티기’를 하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입주한 새 아파트에 임대를 놓는 집이 넘쳐도 매매 물량은 드물다. 고덕센트럴아이파크(1745가구) 전·월세 거래가 500여건인데 매매는 10여건에 불과하다. 지난 2월 입주한 같은 동 4000여가구의 고덕아르테온에서 지금까지 매매 6건, 전세 540여건 신고됐다.

지난해 1년간 서울에서 매매계약한 아파트가 전체 재고의 4.4%였다. 지난해 입주한 신축 아파트에서 거래된 물량은 2.5%로 훨씬 적다.

여기다 분양가 규제가 ‘로또’ 아파트를 양산해 매물 부족을 부채질하고 있다. 분양가 대비 시세가 급등해 세금 부담이 더 무겁기 때문이다.


매물 잠김

신축 외에 기존 재고 시장도 비슷하다. 가격이 많이 뛴 데다 세율도 올랐다. 2018년부터 과세표준(세금 부과 기준 금액) 3억~5억원 세율이 38%에서 40%로, 5억원 초과가 40%에서 42%로 각각 2%포인트 올랐다.

김종필 세무사는 “강남 등에선 과세표준이 5억원이 넘는 집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기존 주택에서 ‘매물 잠김’으로 매물이 많이 나오지 않는다. 4~8년간 팔지 못하는 임대주택으로 등록된 주택만 서울에서 2018~19년 2년간 17만여가구에 이른다. 2017년 말 정부의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대책으로 양도세 등을 절감하기 위한 임대주택 등록이 급증했다. 2018~19년 서울에서 매매거래된 주택이 30만가구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와 함께 대표적인 재건축 대장주로 꼽히는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 조합 설립 단계다. 재건축 단지는 조합 설립 이후 거래 제한을 받는다. 주공5단지는 사업 진척이 더뎌 그나마 거래 규제가 덜하다.

재건축 추진 아파트에선 조합원 명의변경 금지로 조합설립 이후 거래가 제한된다. 서울시에 따르면 4월 기준으로 아직 착공 전 단계의 조합 설립 주택이 80여개 사업장 6만6000여가구다.


매물 누수

'매물 누수'도 있다. 시장에 나오지 않고 새는 집이다. 주로 가족에게 넘기는 증여다. 연간 1만건 이하이던 서울 주택 증여가 현 정부가 들어선 2017년 이후 급증해 2018년 2만5000건, 지난해 2만건을 기록했다. 2018~19년 매매 거래 건수(30만건)의 15%다.

양도세·종부세 중과 등으로 다주택자 세 부담이 늘자 다주택자가 매도 대신 증여를 택했기 때문이다. 주택 증여가 현금 증여보다 부담이 적고 세금도 준다. 10억원짜리 주택의 증여세가 2억2000만원 정도다. 10억원 집을 사는 데 보태려면 이보다 더 많은 금액을 지원해야 할 것이다.

증여세가 매도에 따른 양도세보다 부담도 적다. 3주택자로 10억원에 팔면서 양도차익이 4억원이면 양도세가 2억4000만원가량이다. 임대보증금을 끼워 ‘부담부 증여’를 하면 증여세·양도세 부담을 더 낮출 수 있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주택도시연구실장은 “주택시장 진입 문턱을 높인 수요 억제가 퇴로도 차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료: 한국감정원

매물을 늘리려면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정부 정책과 잇따라 상충하며 뜨거운 감자가 된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제도의 수술이 급하다. 여당에선 폐지 법안도 나왔다. 정부 정책에 따른 임대주택사업자에게 선의의 피해가 가지 않는 출구 전략이 필요하다.


양도세 낮췄더니 매도 대신 증여

재건축 조합원 명의변경 금지를 폐지하지 않는다면 다주택자에 한해 매도를 허용할 수 있다.

증여를 매도로 유도하기 위해 증여세율을 올려 증여 부담을 늘리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증여는 부의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요인의 하나로도 비판받고 있다.

매물 유도를 위한 양도세 완화 효과는 의심스럽다. 정부는 2017년 8·2대책 때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도입하며 2018년 4월까지 유예기간을 뒀다. 지난해 12·16대책에선 올해 6월까지 한시적으로 양도세 중과를 시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주택자는 집을 팔기보다 계속 보유하거나 증여하는 쪽을 택했다. 2018년 3월 서울 주택 증여 건수가 3602건으로 2006년 집계 이후 역대 최대였다. 올해 1~5월 증여 건수가 1만700여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700여건)보다 20% 넘게 늘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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