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전 '규제 풀겠다'던 오세훈, 선거 후 재건축단지 규제로 묶는다

이훈철 기자 입력 2021. 4. 19.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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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압구정 등 재건축 단지 가격 상승하자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검토
오 시장, 선거 공약 이행하면서 부동산 시장 불안 문제 해결 고민
오세훈 서울시장./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이훈철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은 내년 재선 꿈도 꾸지 말라."

선거 전 재건축 규제를 풀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던 오세훈 서울시장이 최근 집값 상승이 우려된 데 대해 재건축 단지 등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겠다고 밝히자 시장에서는 이같은 볼멘소리가 나왔다.

선거 전에는 민간 재개발·재건축을 활성화하겠다던 오 시장이 전임 시장과 다르지 않은 규제 카드를 꺼낸 데 대해 선거 후 말을 바꾼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19일 서울시에 따르면 오 시장은 최근 업무 보고에서 "(주택)가격 안정화를 위한 예방책으로 토지거래 허가구역 지정 등을 즉시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강남 압구정 등 재건축단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검토

서울시는 이에 최근 집값 상승이 우려되는 강남구 압구정동 재건축 단지 등을 추가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오는 6월 만기가 도래하는 기존 토지거래허가구역의 기간도 연장할 예정이다. 현재 토지거래허가구역은 강남구 청담동, 삼성동, 대치동 일대와 송파구 잠실동 일대 총 14.4㎢ 규모다.

서울시는 지난해 6월23일 잠실~코엑스 일대에 조성 중인 국제교류복합지구에 투기수요 유입이 우려되자 1년 한시적으로 해당 일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바 있다. 앞서 서울시는 2008년에도 강서·금천·도봉·구로·성동·영등포구 일대 준공업지역을 5년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뒤 해제한 바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부동산 거래 신고 등에 관한 법률 제10조에 따라 시·도지사가 토지의 투기적 거래가 성행하거나 지가가 급등하는 지역 또는 그러한 우려가 있는 지역에 대해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지정하게 된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일정 규모 이상의 주택·상가·토지 등을 거래할 때 시·군·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 없이 토지거래계약을 체결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토지가격의 30% 상당 금액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서울시는 오 시장이 압구정 현대7차 아파트 등을 꼭 집어 우려를 나타낸 만큼 신규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최근 가격이 급등한 주요 재건축단지로 폭넓게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경우 압구정 재건축 단지를 포함해 여의도·목동 등 최근 아파트값이 오른 지역이 포함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오 시장이)최근에 주요 재건축 단지 등 부동산 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을 보여서 심히 걱정되고 특히 압구정 현대 7차 아파트를 포함한 몇 군데에서 신고가를 경신해 거래가 이뤄졌다는 언론 보도에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며 "빠른 시간 내 준비되는 대로 (구역을)추가 지정하고 (기존 토지거래허가구역도)연장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성동구 응봉산에서 바라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의 모습. 2021.4.13/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오세훈은 착한 공산주의냐" vs "갭투자 방지되고 오히려 좋다"

서울시가 주요 재건축단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히자 여론은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국내 최대 인터넷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서울시장 되면 일주일 안에 규제 다 풀겠다더니 다르지 않다', '이미 불 질러놓고 온 산에 불이 다 났는데 불 끄겠다고 하는 것과 같다'며 비판이 쏟아졌다.

일각에서는 강남 재건축 단지를 규제로 묶을 경우 강남권과 가격이 비슷한 마포, 용산, 성동구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가격 상승세가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지난해 전임 서울시장 시절 삼성동 현대 GBC타워 일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할 때와 비교하며 '오세훈은 착한 공산주의냐, 토지거래허가제(구역)는 공산주의라고 맹비난하던 사람들은 어디 갔느냐'고 지적했다.

반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에 긍정적인 의견도 나왔다. 한 부동산 인터넷카페 회원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하는 게 어때서 그러느냐"며 "압구정동 사는 사람들은 오히려 뜨내기들 안 들어온다고 찬성한다"고 했다.

주택공급과 시장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오 시장도 고민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오 시장은 지난 16일 "주택공급 속도가 중요하다고 말해왔고 앞으로도 그 방향으로 가겠지만 가격 안정화를 위한 예방책이 선행돼야 한다"며 "장기적으로 부동산 시장의 하향 안정화를 지향하는 서울시의 주택공급정책이 오히려 시장 불안을 야기시키는 오류 범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boazh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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