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오르나봐".. 지방 곳곳 돌기 시작하는 '부동산 탐방 버스'들

연지연 기자 2021. 6. 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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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안 지나 명륜, 서금사 지나 온천, 온천지나 사직으로 갑니다.”(재개발·재건축 스터디 모임)

지난 6일 부산 재개발 후보지역 몇 곳에 부동산 임장버스가 돌았다. 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만은 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구획지를 확인하고 최근 정비사업 추진 현황 등의 브리핑을 들으며 곳곳을 탐방했다. 모임 참가자는 “공시가격 1억원 미만으로 살만한 물건을 찾는데, 투자 감각을 좀 높이려고 참가하게 됐다”고 했다.

지방 곳곳 투자 유망지를 찾아 헤매는 임장 버스가 다시 돌고 있다. 임장활동이란 발품 팔아 부동산 현장에 직접 가서 눈으로 보고 확인하는 일체의 활동을 뜻한다. 최근 집값이 상승세로 방향을 틀었다는 분위기가 곳곳서 조심스레 나오면서 다시 투자 분위기가 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 곳곳으로 임장버스가 다니고 있다/일러스트 = 정다운

1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톡 오픈채팅이나 블로그 등지에서 시작된 유료 부동산 강의 곳곳에서 지방 임장 스터디를 재개하고 있다. 김해와 전주, 원주, 익산 등 지방 곳곳으로 버스가 대절됐다. 대규모 주택 공급이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울 것 같다는 분위기가 퍼진 것이 단초가 됐다. 집값이 오르면 올랐지 떨어지진 않을 것이란 불안감이 생기자, 전셋값과 매매값의 차이가 크지 않은 경우에 갭투자에 나서는 것이 이득일지도 모른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은 일명 ‘플피투자’나 ‘무피투자’를 한다. 전세가가 오를 것으로 전망되는 지역에 가서 오래된 아파트를 조금 싸게 매수하고 간단하게 수리를 한 다음 그만큼 전세가격을 올려 매매가와 비슷하게 맞추거나 좀 더 비싸게 전세를 놓는 것이다. 이후 집값이 오르면 매도를 시도한다. 한 법인 투자자는 “나는 매도를 해서 1000만원 정도만 남겨도 만족한다는 ‘천떼기족(族)’”이라면서 “저평가된 지역에 발품을 팔아 노후된 아파트를 내가 살기 좋게 고쳐준다. 안 팔렸을 때 위험도 내가 지는 투자를 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 ‘짝수 투자법’이 퍼지는 것도 지방 임장이 속속 이어지는 이유기도 하다.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대출·세제 등 전방위적으로 가해지고 있지만, 주택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오른 세금을 임차인에게 전가하려면 1주택자가 아닌 2주택자여야 한다는 계산에 따른 것이다. 다주택자가 되더라도 집 한 채는 플피투자나 무피투자로, 다른 집 한 채는 월세로 계약을 해서 월세를 받아 세금을 내는 방식의 투자다.

실제로 부동산 법인 투자도 다시 살아나는 분위기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4월 전체 아파트 매매 사례 중 개인에서 법인으로 손바뀜된 경우는 1.94%였다. 법인 투자가 한참 기승을 부리던 지난해 5월(3.95%)이나 6월(4.80%)에 비하면 절반 이하로 떨어진 셈이지만, 지난해 8월 이후로는 9개월 만에 가장 높다.

그래픽 = 송윤혜

법인 투자는 작년 6월에 나온 6·17 규제에서 사망선고를 받았다는 평가가 많았다. 부동산 법인의 종합부동산세 공제(6억원)를 폐지하고, 종부세율을 인상하면서 수익을 남기기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 탓이다. 이에 작년 9~10월엔 전체 매매 중 개인에서 법인으로 손바뀜 된 비율이 0.4% 수준으로 하락했다. 법인 투자자들이 보유 주택을 정리하고 추가 매수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최근 지방을 중심으로 전셋값 상승→매매값 상승을 예견하는 이들이 늘면서 상황이 바뀐 것이다.

한 법인 투자자는 “세금을 올리는 방식으로의 규제는 집값 상승을 막을 수 없을 것 같다”면서 “최근 다시 법인 투자가 활기를 띄는 이유는 이미 시장 참여자들이 올라간 세금에도 적응하고 이를 반영해 투자에 나선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시중에 돈이 많은 데다 규제가 적고 공급이 적은 지역으로 거래가 조금씩 일어나고 있다”면서 “단기간에 주택 공급이 늘어날 기미가 없고, 작년부터 이어진 전세난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지만, 상당히 위험한 투자라고 볼 수 있다. 마지막 불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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