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 패닉바잉 잡는다"..연령별 '청약 할당제' 도입하나
"가점 높은 5060세대 역차별 우려 해결해야"
(서울=뉴스1) 노해철 기자 = 낮은 청약가점의 3040세대를 중심으로 '패닉바잉'(공황구매)이 이어지자 청약제도에 대한 개편 작업에 시동이 걸리고 있다. 가점제 위주의 현 제도에선 실수요자인 3040 세대의 주택 청약 당첨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판단에서다.
연령별로 일정 분양 물량을 할당해 청약 당첨 기회를 제공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청약 가점을 쌓아온 5060세대에선 역차별 논란이 예상되는 만큼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령별로 균등한 청약기회 부여"…법률 개정 착수 6일 국회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 위원인 정일영 의원은 최근 주거기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연령대별로 주택 분양 과정에서 균등한 기회가 부여될 수 있도록 주택을 공급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가점이 낮은 3040세대에게도 청약을 통한 주택 마련의 기회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정 의원은 "실수요자인 3040세대에게 불리하게 현행 가점제가 작용해 신규 주택공급 시장에서 균등한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 때문에 기존 주택 매매 시장에 무리하게 대출을 일으켜 매수를 하는 '영끌매수', '패닉바잉'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개정안은 정 의원실과 국토교통부 간의 실무 협의를 거쳐 마련된 것으로, 청약제도 개편을 위한 법적근거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를 토대로 청약제도 운영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담고 있는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의 개선까지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정 의원실 관계자는 "법으로 3040세대의 청약 기회를 보장하는 원칙을 세우면 향후 제도 운영 과정에서 세부적인 조정을 할 수 있다는 부처 의견이 있었다"며 "아무런 법적근거 없이 청약제도를 개선한다면 반발을 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재 청약제도는 무주택 기간이나 청약통장 가입 기간이 오래되고 부양 가족이 많은 세대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구조"라며 "연령별로 무주택자 비중을 고려해 분양 물량을 배정한다면 상대적으로 가점이 낮은 3040세대들의 내 집 마련 기회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신규 주택 분양 시 연령별로 물량을 배정해 같은 연령끼리 경쟁하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될 것이란 관측이 있다. 이를테면 전체 무주택자 중 30대의 비중이 30%라고 가정하면, 30대에 분양 물량의 30%를 할당하는 방식이다.
◇청약제도 개선으로 주거 불안 해소…역차별 우려도 전문가들은 가점제 위주의 청약제도를 개선해 3040세대의 주거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의 각종 부동산 대책에도 집값이 잡히지 않자 젊은층의 불안감은 커지고 매수세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부동산원의 월별 아파트 매매거래 현황에 따르면 5월 30대의 서울 아파트 매입 건수는 1867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거래량(5090건)에서 가장 큰 비중인 36.7%에 달하는 수치다. 이어 Δ40대(1299건, 25.5%), 50대(828건, 16.3%), 60대(437건, 8.6%), 70대 이상(311건, 6.1%), 20대 이하(277건, 5.4%) 등의 순이다.
젊은층들이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기존 아파트 구입에 나서는 것은 청약 당첨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기 때문이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지역 청약 당첨자 평균 가점은 61.7점이다. 부양가족 2명 기준, 무주택 기간과 청약통장 가입 기간이 최소 14년 이상인 경우에 받을 수 있는 가점이다.
가점이 필요 없는 '추첨제' 물량을 노려볼 수 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투기과열지구에선 전용면적 85㎡ 초과 물량의 50%를, 조정대상지역에선 같은 면적 물량의 75%를 추첨제로 공급한다. 다만 추첨제에는 무주택자뿐만 아니라 1주택자도 기존주택을 처분하는 조건으로 청약할 수 있어 당첨 경쟁이 치열하다.
청약제도 개편에 따른 5060세대들의 반발은 해결해야할 과제로 꼽힌다. 한정된 공급 물량에서 3040세대에 대한 혜택을 늘리면 이들의 기회는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그동안 청약가점을 관리해온 실수요자의 피해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며 "공급 물량을 최대한 확보하고 점진적인 제도 개선이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sun9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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