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1억 거주 노인, '누가' 부동산 투기로 이끌었나

조계원 2021. 7. 9.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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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텔 환급금으로 꼬득여 4채 계약
잔금 낼 돈 없어, 집안 파산 위기 놓여
"전매 약속 했지만 나몰라라, 피 눈물"


▲62세 여성 A씨는 이러한 계약서를 4장이나 작성했다. 

[쿠키뉴스] 조계원 기자 =#전세 1억원 집에 거주하는 62세 여성 A씨는 분양 직원의 설명을 듣고 오피스텔 4채를 계약한 결과 파산위기에 놓여있다. A씨는 현재 전세금을 빼도 오피스텔 4채의 잔금을 낼 능력이 없는 상태다.

은퇴에 나서야할 A씨가 부동산 투기판에 들어와 전셋집에서도 쫓겨날 위기에 처한 배경을 살펴봤다.

9일 제보자에 따르면 A씨는 인천 미추홀구 용현동 효성해링턴타워 오피스텔 3채, 청라 리베리움 오피스텔 1채의 분양계약을 체결했다. 효성해링턴타워 오피스텔의 경우 올해 8월 입주와 함께 잔금 지급을 앞두고 있다. A씨가 8월 내야할 잔금만 3억원에 달한다.

A씨가 오피스텔 4채를 분양 받은 사건은 한 통의 전화로 시작했다. 2018년 4월 A씨는 효성해링턴타워 분양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분양사 직원 B씨는 오피스텔의 경우 일반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부가가치세 환급과 함께 매매로 차익을 챙길 수 있다며 계약을 종용했다. 이후 지속적으로 계약을 종용하는 전화가 걸려왔다.

오피스텔의 경우 분양 계약을 체결한 후 20일 이내에 관할 세무서에 일반임대사업자를 등록하면 부가세 환급을 통해 10%를 돌려받을 수 있다. 단 10%는 분양가가 아닌 토지비를 제외한 건축비의 10% 이다. 분양사 직원 B씨는 오피스텔을 분양받으면 기본적으로 환급금을 수익으로 챙길 수 있다고 계약 체결을 설득한 것.

A씨는 “계속 연락이 와서 결국 모델하우스를 방문했다”며 “돈이 없어 계약이 어렵다고 설명하자 분양 직원 B씨는 소액으로 투자가 가능한 상품이라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B씨는 남편이 공인중개사이고 자신은 해링턴타워 옆에 들어서는 보훈병원 관계자와 잘 알고 있어 잔금을 치르기 전에 오피스텔을 팔아줄 것을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이는 들고 결혼한 아들에게 부담이 되고 싶지 않아 조금이나마 벌어보자는 생각에 계약을 했다”며 “계약금만 있으면 투자가 가능하다는 말에 넘어갔다”고 토로했다. 특히 A씨는 “분양 직원 B씨가 전매를 약속하면서 여러 채의 오피스텔을 분양받을 것을 종용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A씨는 B씨의 설명을 듣고 결국 4월 21일, 4월 25일, 5월 21일 각 한 채의 오피스텔 분양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보모와 학교 청소 등으로 번 돈과 작은 아들이 맡긴 돈으로 첫 계약금을 내고 이후 계약부터는 대출을 받아 계약금을 지불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A씨는 다음해 청라 리베라움 '더 레이크 PLUS' 오피스텔 한 채를 더 분양받는다. 이번 분양 역시 분양 직원 B씨를 통해 성사됐다. A씨는 “효성해링턴타워 부가세 환급금이 나올때쯤 B씨에게 연락이 왔다”며 “그는 나에게만 알려주는 것이라며 청라 리베라움 오피스텔을 소개하고 또 다시 전매를 약속했다”고 말했다.

A씨의 오피스텔 투자가 파탄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올해 들어서다. 잔금 지급 시기가 다가왔지만 오피스텔 매각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 결국 A씨는 4채의 잔금을 모두 지불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또한 임대 사업자를 포기하면 환급금을 다시 반환해야 한다는 사실도 최근에 알게됐다.

A씨가 B씨에게 항의하자 돌아온 대답은 ‘책임질 것이 없다’는 말 뿐이었다. B씨는 분양과정에서 설명에 문제가 없으며, 투자를 결정한 A씨에게 모든 책임이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한 코로나19 확산과 부동산법 개정으로 오피스텔 매각이 안 되는 것으로 책임을 돌렸다. A씨는 “항의하기 시작하자 올해 4월부터는 전화를 기피하거나 연락이 두절됐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B씨의 입장을 들어보기 위해 연락을 취했으나 B씨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한편 오피스텔 3채의 계약 주체이면서 분양 업무를 위탁한 시행사 코리아이엔씨건축사사무소도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코리아이엔씨건축사사무소 관계자는 “분양사와 이야기할 문제”라며 “우리가 책임질 일은 없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업무 위탁에 따라 분양사 및 분양 직원이 책임질 문제라는 것.

직업 군인으로 복무하고 있는 A씨의 아들은 “이번 사건으로 어머니는 정신과에서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다. 의사의 권유로 하던 일도 그만둔 상태”라며 “아무것도 모르고 사람을 쉽게 믿는 어머니의 실수”라면서 “아버지나 다른 가족들은 상황을 모르고 있어 어떻게 해결해야할지 답답하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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