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억' 하게 한다더니 현실은 무주택자만 '억!!' [스토리텔링경제]

이종선 2021. 7. 12.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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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0 대책 1년.. 정부 부동산시장 완패
집값 전셋값 모두 두 자릿수 상승
두 채 이상 보유 개인·법인 되레 증가
시장 안정과 정반대..혼란만 고조


정부가 다주택자와 법인을 대상으로 취득세, 양도소득세,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세 부담을 껑충 높인 7·10 대책을 시행한 지 1년이 지났지만, 부동산 시장 안정과는 정반대의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집값과 전셋값은 ‘동반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고, 임대차 시장에서는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이 높은 월세가 늘어나는 등 부작용도 현실화하고 있다. 반면 정부가 타깃으로 삼았던 다주택자와 법인의 수 역시 대책 전과 비교할 때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 다주택자 등에게 “‘억’ 소리가 나올 것”(김태년 당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이라고 했던 경고와 달리 오히려 세입자와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악’ 소리를 지를 지경이다. ‘주택시장 안정 보완대책’이라는 이름의 7·10 대책 발표 1년이 지난 현재 사실상 정부가 시장에 완패(完敗)했다는 평가다.

집값, 전셋값의 동반 상승


11일 KB국민은행 월간주택가격동향 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와 연립·다세대주택을 모두 포함한 주택 매매가격은 지난해 7월 대비 12.94% 상승했다. 시장 선호도가 높은 아파트로 대상을 좁히면 상승 폭은 16.42%로 더 오른다. 아파트 가격은 같은 기간 서울(16.98%) 경기도(23.28%) 인천(18.22%) 등 수도권뿐 아니라 부산(16.94%) 대구(15.83%) 울산(14.94%) 세종(37.68%) 등 지방 대도시까지 일제히 두 자릿수 비율로 올랐다.


집값뿐 아니라 전셋값도 무서운 속도로 상승했다. 지난달 전국 주택의 전셋값은 지난해 7월보다 9.74% 올랐다. 아파트로 좁히면 전국 평균 전셋값이 11.60% 올랐고, 서울과 경기도는 각각 16.69%, 14.91% 뛰었다. 집값과 전셋값의 동반 상승은 지난해 7월 말 임대차법 영향도 크지만, 7·10 대책에서 다주택자 대상 양도소득세를 10% 포인트씩 추가 중과한 영향도 크다는 해석이 나온다. 올해 6월부터 규제 지역 내 3주택자가 집을 팔면 기본 세율에 30% 포인트까지 중과돼 지방소득세까지 합치면 양도차익의 82.5%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집을 팔아봐야 양도세를 내고 나면 남는 게 없으니 다주택자들이 임기 1년도 안 남은 현 정권 이후 정책 변화를 기대하고 버티는 것”이라며 “보유세와 양도세를 동시에 높인 것은 인간의 심리를 간과한 전형적 탁상행정”이라고 꼬집었다.

7·10 대책에서 다주택자의 종부세 세율을 0.6~3.2%에서 1.2~6.0%로 확 올린 것 역시 부메랑이 됐다. 당시에도 “집주인의 보유 부담을 단기간에 높이면 세입자에게 조세 부담을 전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그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서울시 부동산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서울 시내 아파트 전월세 거래 1만8703건 가운데 월세와 준전세 등을 합친 월세 거래는 5113건으로 27.3% 수준이었다. 그러나 올해 5월에는 전체 전월세 거래(1만1750건) 중 월세 거래가 29.6%(3479건)로 높아졌다.

‘징벌적 세금’에도 다주택자·법인 증가

정부가 가히 ‘징벌적’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세 부담을 높였던 다주택자와 법인의 주택 소유 역시 정부 기대와는 달리 감소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올라온 개인과 법인의 집합건물 소유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아파트, 연립·다세대주택, 오피스텔 등 집합건물을 두 채 이상 소유한 개인은 총 195만4629명으로 192만6208명 수준이던 지난해 7월보다 오히려 늘었다. 집합건물 대상에 주택이 아닌 오피스텔도 포함돼 있어 정확하게 다주택자 통계와 일치하지는 않지만, 정부의 연이은 대책이 무용지물이 된 셈이다. 법인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달 집합건물을 두 채 이상 소유한 법인 수는 2만6573개로 지난해 7월 2만6209개보다 소폭 증가했다.


출구 없는 세제 강화에 많은 자산가들이 매도 대신 증여를 택한 가운데 집합건물을 여러 채 보유한 개인·법인 수는 줄지 않은 셈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5월까지 전국 주택의 증여 건수는 15만9076건으로 1년 전(2019년 7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10만7854건보다 47.5%나 뛰었다.

그나마 전체 집합건물 소유자 중 두 채 이상을 보유한 사람의 비율을 나타내는 집합건물 다소유지수는 지난달 16.25로 지난해 7월(16.70)보다 소폭 하락했다. 현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만 해도 15.11 수준이던 이 지수는 계속 상승하다 지난해 7월을 정점으로 꺾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집합건물 다소유지수가 감소한 것은 지난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는 의미) 등 무주택자들의 매수 행렬 영향 등으로 집합건물 1채 소유자가 늘어난 데 따른 측면도 크다. 지난달 집합건물을 1채 소유한 개인은 1091만7950명으로 1044만9908명이던 지난해 7월보다 46만8042명 늘었다. 집합건물 1채 소유자가 46만명 증가할 때 두 채 이상 소유자가 3만명 증가하는 수준이다 보니 전체 소유자 가운데 두 채 이상 소유자 비율이 내려갔을 뿐, 두 채 이상 소유자 수가 줄어든 것은 아닌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상황이 이렇게까지 됐는데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도 안 보인다. 이러니 누가 부동산 정책을 신뢰하겠느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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