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점 사라진 공공 직접시행 재건축..13만6000가구 중 '0' 가구

노해철 기자 2021. 7. 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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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대책' 이후 후보지 한곳도 선정 못해..근거법도 계류
재건축 실거주 의무 2년 철회로 공공직접시행 혜택 반감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서울=뉴스1) 노해철 기자 = 정부가 도심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추진 중인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에 힘이 빠지고 있다.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으로 총 13만6000가구를 공급하겠다는 정부 목표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확보된 물량은 전무한 상태다.

정부는 이 사업만의 최대 장점 중 하나로 '재건축 2년 실거주 의무' 적용에서 제외된다는 점을 강조해왔는데, 최근 해당 규제가 전면 철회되면서 그 효과가 반감됐다는 지적이다. 사업 추진을 위한 근거법안도 국회 문턱에 걸려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2·4 대책' 6개월 접어드는데 후보지 발굴 '난항' 26일 국토교통부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2·4 공급대책'에 따른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은 단 한 곳의 후보지도 선정하지 못했다. 정부가 지난 2월 대책을 발표한 지 6개월에 접어들고 있지만, 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는 분위기다.

사업 첫 단계인 후보지 발굴은 저조한 주민 참여로 당초 계획보다 늦어지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 4월 주민들이 제안한 후보지를 대상으로 컨설팅과 주민동의를 거쳐 7월 중 후보지를 발표하겠다고 공언했다. 문제는 후보지 발표에 필요한 주민 동의율(10%)을 충족한 곳이 나오지 않으면서 발표 시점조차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은 조합 등 기존에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주체가 있는 사업지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충분한 주민 설득이 필요하다"며 "접수된 일부 사업지에 대해선 컨설팅 결과를 회신하고, 주민 요구 사항을 반영한 사업계획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후보지 발굴을 위해 지자체와 주민, 정비업체 등 민간으로부터 사업지를 제안받고 있다. 지난 22일까지 제안받은 사업지는 총 66곳으로, 지난 4월6일(54곳)보다 12곳 늘었다. 최근 4개월간 월평균 3곳이 접수됐다는 의미다.

이는 2·4 대책 발표 초기(2~3월, 월평균 27곳)와 비교하면 크게 떨어진 수치다. 현재까지 접수된 곳 중에선 사업 추진이 불가능한 곳도 일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 진척을 보이지 못하면서 충분한 주택공급이 이뤄질지 의문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으로 5년간 서울 9만3000가구 등 전국에 13만6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예고했다. 이와 달리 서울은커녕 수도권과 지방에서도 공급 부지를 마련하지 못하는 등 이 사업을 통한 주택공급에 애를 먹고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정부가 주택 수요 해소를 위한 청사진을 제시했을 뿐,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사업 진행 상황을 보면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을 통한 공급 목표 달성은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재건축 실거주 규제 제외 '무색'…법적 근거도 없어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은 2월 대책 발표 당시만 하더라도 파격적인 혜택으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이 사업에 참여하는 재건축 단지에 대해선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와 조합원 2년 실거주 의무를 적용하지 않겠다는 '당근책'을 내놨기 때문이다. 또 다른 공공정비사업인 공공재건축은 해당 규제를 그대로 적용받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재건축 실거주 의무 규제를 전면 백지화하기로 하면서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만의 장점도 무색해졌다. 재초환 면제라는 혜택은 유지되지만, 공공에 토지 소유권을 넘기는 사업 방식에 대한 주민 반감도 적지 않다. 사업 주체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일부 직원의 땅 투기 의혹은 이러한 반감을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이태희 한국건설산업연구윈 부연구위원은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은 공공재개발·재건축과 비교해서 특별한 메리트가 없는 반면 주민들의 자율성은 크게 떨어진다"며 "공공에 소유권을 넘기더라도 사업 관리가 제대로 될지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에 원활한 참여가 이뤄지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업 추진을 위한 제도적 기반도 갖춰지지 못했다.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의 근거법인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개정안은 수개월째 국회에 계류 중이다. 반면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등 2·4 대책에서 함께 제시된 사업들은 이미 법적 근거가 마련돼 속도를 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의 혜택을 확대해 주민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태희 부연구위원은 "서울 구로와 구(舊) 성남의 경우엔 공공재개발·재건축으로도 사업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곳이 다수 있다"며 "주거환경 개선이 인정되는 곳에 대해선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으로 사업비를 지원하고 과감한 인센티브를 제공해 사업 활성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후보지 발굴을 위해 지역 주민으로부터 직접 제안을 받는 통합공모를 하기로 했다. 통합 공모는 지난 23일부터 다음달 31일까지 40일간 진행된다. 대상 지역은 경기·인천과 5개 지방광역시(부산·대구·대전·광주·울산)다. 각 지역 주민은 토지 등 소유자의 10% 이상 동의로 사업을 제안할 수 있다.

국토부는 또 현재까지 제안받은 후보지 66곳 중 주민의 추진 의지가 강하고 노후도 기준을 만족하는 곳에 대해선 주민설명회를 통해 사업 참여를 독려할 계획이다.

sun9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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