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신 4.7억 vs 신규 8.6억..세입자들 '전세 갱신' 알아도 못 했다

권화순 기자, 방윤영 기자 2021. 7. 26.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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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세입자도 집주인도 불만, 임대차법 1년(上)

[편집자주] 살던 집에서 2년 더 살면서 보증금은 5% 이내로 인상하는 임대차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시행 1년이 됐다. 갱신권이 있지만 권리를 쓴 세입자는 절반이 채 안된다. 권리를 쓸 수 없는 '구멍' 때문이다. 의도만큼 결과가 안나오니 전셋값 불안이란 부작용만 부각된다. 임대차법, 무엇이 문제고 어떻게 개선해야 할까.

"집주인 산다고 하면 전세금 20%는 올려줘야 재계약" 계약갱신권 무력화 된 이유 셋


"집주인 아들이 실거주 해야 한다고 전세계약 갱신 안된다고 하기에, 시세 가까이 맞춰주고 계속 살겠다고 했더니 긍정적으로 생각해 본다네요. 2년만에 5억원 전세가 7억원 됐습니다."
"말이 5% 인상이지, 주변 이야기 들어봐도 20% 이상은 올려 재계약해요. 집주인이 진짜 살지 안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살겠다고 하면 선택권이 없어요. 이사해도 보증금 올라가니까."

임대차법에 따라 세입자는 갱신권을 행사하는 게 무조건 유리하기 때문에 당연히 권리를 행사할 것이라 여겨졌지만 현실은 좀 달랐다. 전세 갱신(재계약) 비율이 77%로 10명 중 8명에 가까웠으나 실제 갱신권 행사 비율은 만기도래 계약 중 47%에 그쳤다. 세입자가 주어진 권리를 사용하기엔 임대차법 '구멍'이 많았다.

세입자에 "무조건 좋다"는 계약갱신권, 절반도 행사 안했다, 무력화된 이유 세가지

25일 정부에 따르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1일 부동산 관계장관회의에서 서울 100대 아파트 임대차 계약 갱신율이 임대차법 시행전 57.2%에서 시행 후 77.7%로 올라 "임차인 다수가 임대차3법 시행의 해택을 누렸다"고 평가했다. 사실일까. 통계를 다시보면 '77%의 갱신비율'에는 세입자가 갱신권을 행사하지 않고 임대료를 5% 이상 올린 재계약도 포함된 숫자다. 갱신은 했으나 계약갱신청구권도, 전월세상한제도 쓰지 못한 셈이다.

정부는 21일 100대 아파트 통계와 별도로 6월 전국 임대차계약 신고건수도 공개했다. 임대차신고제는 지난달 첫 시행했는데 계약갱신 건수는 1만3000건이고 이 중 갱신권을 행사한 건수는 8000건으로 집계됐다. 100대 아파트 계약갱신율 77%를 이 통계에 적용해 보면 6월 만기가 도래한 전세계약(1만6883건)의 약 47.4%(8000건)만 갱신권을 행사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임대인 다수가 혜택을 누렸다"는 홍 부총리 발언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비율이다.

키움증권이 지난 5월 기준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전용 84㎡)·잠실 파크리오(84㎡)와 경기도 김포 반도유보라(59㎡)·부천금강마을(41㎡)의 갱신청구권 행사 비율을 분석한 결과 각각 38%, 58%라는 결과가 나왔다. 정부 통계로 간접 추정한 수치와 크게 다르지 않다. 세입자의 대략 40~50%만 갱신권을 행사해 지난해 7월 임대차2법 도입 취지가 현실에 안착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①집주인 자녀 실거주까지 갱신거절 사유 ②집주인 실거주 여부는 세입자가 '눈'으로 확인해라?

임대차법이 무력화된 이유는 첫째, 갱신권 거절 사유가 광범위하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임대차법에는 갱신거절 사유가 9가지다. 특히임대인 본인과 직계 존비속이 실거주 한다고 하면 세입자는 갱신권을 쓸 수 없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위원은 "집주인 본인은 몰라도 아들이나 딸, 부모님 실거주 이유까지 예외조항로 인정한 것은 제도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큰 이유"라고 지적했다. 집주인이 들어와 살겠다고 해서 갱신을 못한 사례도 많지만 여차하면 자녀가 실거주하겠다고 하니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재계약 하면서 시세 가깝게 보증금을 올려주는 세입자도 적지 않다.

둘째, 막상 진짜 집주인이나 자녀가 실거주 하고 있는지 직접 확인할 방법이 없다. 임대차법 개정 직전인 지난해 국토교통부와 행정안전부 등은 집주인 실거주를 확인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했다. 주민등록등본·초본 정보를 활용하는 수밖에 없지만 "개인정보 침해가 우려된다"는 담당 부처의 반대로 논의 진전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새로운 세입자가 확정일자 신고를 하면 이전 세입자가 주민센터에 직접 가서 확정일자 정보를 열람해 집주인이 새로운 세입자를 들였는지 간접 확인하는 방법 밖에 없다. 집주인이 아닌 자녀의 실거주라면 확인할 길이 더 막막하다. 한 임대차법 전문 변호사는 "분쟁조정위원회의 기능에 '집주인 실거주 확인'을 넣도록 해서 세입자가 곧바로 주민등록정보를 열람하는 게 아니라 위원회가 민원을 받아 확인하는 방법도 있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이렇게 하려면 임대차법을 개정해야 한다.


③집주인-세입자 분쟁, "알아서 해라" 아무것도 안하는 정부

셋째, "실거주 하겠다"는 집주인이 새로운 새입자를 들였다는 사실을 어렵게 알아냈다고 해도 손해배상을 충분히 받을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예컨대 갱신거절 직전 전세보증금이 5억원이었는데 집주인이 제3자를 세들여 보증금 7억원(40% 인상)을 받았다면 손해배상금은 최대 1000만원이 나온다. 손해배상금은 ①갱신거절 당시 환산월차임 3개월치(315만원), ②새로운 새입자에게 얻은 환산월차임과 거절당시 환산월차임 차액 2년치(1000만원), ③갱신거절로 세입자에게 발생한 중개보수·이사비 등 손해액(400만원) 중 큰 금액이다. 임대료 수준, 인상률, 중개보수 수준에 따라 실제 금액은 달라질 수 있지만 사실 관계를 확인하는데 드는 시간과 비용, 소송을 위한 변호사 비용 등을 감안하면 배상금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대차법 시행 이후 세입자의 '손해배상' 소송보다 집주인의 '퇴거소송'이 더 많은 이유다.

이 때문에 "정부가 세입자 권리를 보호하는 제도, 장치를 마련해야 하는데 지금은 세입자가 다 알아서 하라는 제도가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가 실거주 의무를 위반한 집주인을 찾아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자녀 실거주의 경우 증여 여부를 조사하는 등 사후 관리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임대차법은 민법의 특례법으로 당사자간 해결이 원칙이라 행정제재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④"얻는게 하나도 없는데", 집 팔고 싶어도 못파는 집주인도 '불만'

세입자만 불만족스러운 건 아니다. 집주인이 자기 집을 팔아야 하는 상황에서 임대차법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무주택자가 본인이 거주할 집을 마련하기 위해 매매계약을 했다고 해도 매수한 집에 거주중인 세입자가 계약갱신권을 행사하면 들어갈 수도 없다. 현행법상으론 임대차계약 종료 6개월 전에 잔금까지 완료해 등기를 하는 수밖에 없다. 다주택자인 집주인이 집을 팔아 1주택자가 되려해도 임대차법 때문에 마땅한 매수자를 찾기 어렵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행 임대차법에선 임대인에게 인센티브가 전혀 없다"며 "임대인의 등록을 의무화 하는 대신에 임대인 보유 주택에 대한 보유세(재산세+종부세) 부담을 낮춰주는 등 '착인 임대인'을 만드는 유인책을 고려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은마 전셋값, 30평 8억인데 34평이 5억…"임대차법이 상식깼다"

#2018년 9월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76.76㎡를 4억원대에 전세계약한 세입자는 2020년 7월말 개정된 임대차법에 따라 그해 9월 임대료를 5% 이내로 올렸지만 그대로 4억원대에 살고 있다. 이 세입자가 내년 그대로 그 집에 살겠다면 얼마를 줘야할까. 현재 시세대로라면 8억~9억원을 줘야 한다. 인상률이 100%다.

총 4424가구의 은마아파트는 집주인 실거주 비율이 31.5% 밖에 안돼 임대차2법 도입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아파트로 꼽힌다. 임대차2법 도입 1년후 이 아파트엔 전셋값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똑같은 면적이라도 신규계약이냐 갱신계약이냐에 따라 전셋값이 2배 가까이 벌어진 이중가격이 대표적이다. 30평(전용 76.76㎡) 신규계약이 34평(84.43㎡) 갱신계약보다 3억원 더 비싼 역전 현상도 나타났다. 임대차2법 도입전부터 예견된 현상이지만 전문가들은 "예상보다 심했다"고 평가한다.

◆"면적 넓으면 전셋값 더 비싸다" 상식 깬 은마 전셋값… 30평 동일 면적도 갱신은 4.7억, 신규는 8.6억

2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은마 아파트 임대차계약은 총 27건이었다. 2년전 총 56건의 절반 수준이다. 지난달 첫 도입된 임대차 신고제가 계약후 1개월 이내 신고의무인 만큼 6월 신고건수는 더 늘 수 있다. 총 27건 중 월세를 내야 하는 보증부 계약을 제외한 순수 전세는 20건으로 84.43㎡ 7건, 76.76㎡ 13건이었다.

76.76㎡ 기준으로 신규계약은 5건 갱신계약은 8건이다. 전셋값은 신규는 평균 8억6000만원, 갱신은 4억7712만원으로 2배 가까이 벌어졌다. 84.43㎡의 경우 신규 3건 전셋값은 평균 9억6666만원, 갱신 4건은 5억3875만원이었다. 역시 신규와 갱신 계약이 4억원 넘게 차이가 났다.

"평수가 넓으면 전셋값이 더 비싸다"는 상식은 깨졌다. 76.76㎡의 신규계약이 8억6000만원으로 이보다 면적이 더 넓은 84.43㎡의 갱신 전셋값 5억3875만원보다 3억원 넘게 비쌌다.

신규냐, 갱신이냐에 따라 전셋값이 들쭉날쭉한 이유는 1년전 도입된 전월세 상한제 영향 때문이다. "세입자가 갱신권을 행사하면 직전 임대료 대비 5% 이상 증액을 할 수 없다"는 계약갱신권제도가 도입됐다. 2019년 6월 은마 임대차계약 중 76.76㎡의 순수 전세계약(19건)의 평균 전셋값은 4억4184만원이었다. 2년이 지나 갱신권을 행사한 세입자는 5억원 이내로 재계약이 가능했지만 5% 증액 의무 적용 대상이 아닌 신규계약은 4억원 넘게 뛰었다.


"전세값 이중가격,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심했다"…2년간 전세대출 금리 1%포인트 하락에 매매가격 급등요인

전세 이중가격은 한번 계약하면 4년간 증액 제한을 받기 때문에 집주인이 4년치를 한꺼번에 올린 영향이 크다. 물론 임대차2법 도입 당시 예상됐던 현상이다. 하지만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대차2법 도입 후 예상 밖의 시장의 변화를 꼽으라면 '이중가격 문제'"라며 "이중가격 문제가 발생할 것이란 예측은 누구나 했지만 이 정도로 심하게 벌어질 것이라고 본 사람은 별로 없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예상 밖으로 더 격차가 벌어진 것은 임대차2법 외에 외부 요인도 크게 작용했단 분석이다. 지난 1년간 매매가격이 급등하면서 전세가격이 덩달아 뛰었고 강남권을 중심으로 전세매물이 귀해진 영향이 작용했다. 저금리 기조로 전세대출 금리도 크게 떨어졌다. 전세대출 평균 금리는 지난 2019년 1월 대비 최근 2년간 1.02%포인트 떨어져 연 2.13%가 됐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2.91%에서 연 2.57%로 0.34%포인트 떨어진 것보다 낙폭이 크다. 쉬운 전세대출과 대출금리 하락은 세입자들이 집주인 달라는 대로 웬만하면 전세금을 올려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는 평가다.

'이중가격' 문제는 신규 세입자 입장에선 '폭탄'이지만, 갱신권을 쓴 기존 세입자 입장에선 급등한 전셋값을 다 내지 않고 부담을 덜었다고 볼 수도 있다. 문제는 2022년 8월부터다. 이 때까지 신규와 갱신 계약간 이중가격 격차가 유지된다면 임대차법 도입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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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방윤영 기자 by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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