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괴롭혔던 '집값', 문 정부도 트라우마 될까..부동산 레임덕 현실화

박상길 입력 2021. 8. 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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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연합뉴스>

[디지털타임스 박상길 기자] 참여정부를 괴롭혔던 집값 문제가 문재인 정부에도 트라우마로 작용할까. 부동산 레임덕(lame duck·절뚝거리며 걸어가는 오리, 임기 말 권력 누수)이 현실화하고 있다. 정부가 마지막까지 집값 안정을 위한 고삐를 잡아당기고 있지만 시장 분위기는 좀처럼 호전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더 이상 내놓을 카드가 없자 집값 고점론을 언급하며 추격 매수 자제를 거듭 당부하고 있고 정책 주도를 약속했던 여당은 대선 레이스에 쫓겨 시장 안정은 뒷전인 모양새다. 정부와 여당이 무기력한 모습만 보이다 집값을 결국 잡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는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올해 6월부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집값 고점론을 언급하며 추격 매수를 자제해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하지만 집값 상승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옛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7월 넷째 주 전국 아파트 가격은 0.27%, 수도권은 0.36% 오르며 상승세를 이어갔고 서울도 0.18% 올라 전주(0.19%)와 비슷한 흐름을 기록했다. 전국 176개 시군구 가운데 전주 대비 오른 곳이 170곳에 달했다.

전국 아파트값은 2019년 9월 셋째주부터, 서울 아파트값은 작년 6월 둘째 주부터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아파트 전셋값도 서울은 2019년 7월 첫째주 이후, 전국은 2019년 9월 둘째 주 이후 계속 오르고 있다.

수십 차례의 대책에도 집값이 잡히지 않자 정부는 손을 놓은 모양새다. 문재인 대통령은 앞서 올해 5월 10일 취임 4주년 기자회견을 통해 "부동산만큼은 정부가 할 말이 없는 상황이 됐다"며 "지난 4·7 재보궐 선거에서 죽비를 맞고 정신이 번쩍 들만한 심판을 받았다"고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부동산 정책 빼고는 꿀릴 게 없다"고 말한 것과 비슷한 뉘앙스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이후 부동산 안정화 정책과 관련한 공개 지시를 내리진 않았다.

김부겸 국무총리 역시 올해 6월 23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부동산과 관련해 "방법이 있다면 정책을 어디에서 훔쳐라도 오고 싶은 심정"이라며 답답함을 토로했을 뿐 시장 안정에 대한 추가 언급은 없다.

금융당국은 부동산 대출 억제 등 돈줄 조이기에 나섰지만 주택 매수 열기를 식히기엔 역부족이다. 시장에서는 이제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지만 금리 인상으로 추세를 바꾸긴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난 4·7 재보궐 선거 이후 여당인 민주당은 부동산 민심을 받들겠다며 정책의 당 주도를 선언했다. 민주당은 이후 재산세와 종부세, 양도세 개편과 함께 대대적인 주택 공급 대책을 약속했다.

민주당은 부동산특별위원회를 가동하며 종부세 대상자를 상위 2%로 압축하고 1가구 1주택자의 재산세와 양도세를 완화하는 등의 부동산 세제 보완책을 내놨으나 정작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공급 대책은 '추후 논의'로 남겨뒀다.

올해 5월 27일 민주당이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공급·금융·세재 개선안'을 발표할 당시 김진표 부동산 특위 위원장은 "총리실과 당 정책위가 각각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추가공급대책을 강구할 계획"이라고 했고 송영길 대표는 6월 16일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정부와 민주당은 추가 부지를 발굴해 폭탄에 가까운 과감한 공급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선 후보 경선이 본격화한 뒤 당내에서 공급 대책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여당의 이같은 무기력한 모습 때문에 시장 안정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전문가는 "재건축 실거주 2년 의무 요건 백지화가 시장에 긍정적인 효과를 줬듯 이념에 얽매이지 않는 발상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임대차 3법이나 다주택자 규제 등의 정책에 대한 과감한 수정 없이 시장 안정을 이루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2∼3년 내 단기적으로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대책과 함께 전국 228만채에 이르는 다주택자 보유 매물이 시장에 나올 수 있도록 양도세 인센티브를 과감하게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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