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있으면 집값 오르고 세부담 줄고"..'거래절벽' 현실화

송진식 기자 입력 2021. 8. 22. 21:37 수정 2021. 8. 22.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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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달 서울 아파트 매매량 709건…종부세·양도세 완화에 ‘관망세’
“중개료 인하, 서울·수도권 집중돼 10월까지 감소세 이어질 수도”

서울지역 아파트 매매거래량이 8월 하순이 되도록 700여건 수준에 머무르면서 ‘거래절벽’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여당이 종합부동산세 및 1주택자 대상 양도세 완화를 추진하면서 세부담이 줄어든 데다 10월부터는 중개수수료가 인하되는 등 집주인들이 서둘러 집을 내놓을 이유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정부가 대출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22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자료를 보면 지난 20일까지 신고된 이번달 부동산 매매거래량은 총 709건이다. 아직 8월이 끝나려면 1주일 이상 남았고, 매매거래 신고기한이 30일인 점을 감안하면 최종적인 8월 거래량은 더 많아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신고기한 등을 고려하더라도 8월 하순에 접어드는 시점에서 709건은 거래절벽 수준으로 낮다는 게 부동산 업계의 해석이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예년 거래량과 비교하면 지나칠 정도로 거래량이 축소된 수준”이라고 밝혔다.

지난 6월을 기점으로 각종 부동산세 과세 대상자가 확정되면서 매물이 줄어든 것이 거래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부동산빅데이터업체 ‘아실’ 통계를 보면 이번달 서울 아파트 매물은 지난 5월 대비 16.6% 감소했다. 다주택자들이 세부담을 줄이기 위해 매매보다는 ‘증여’로 돌아선 것도 매물 감소를 부추겼다. 한국부동산원 집계에서 6월 서울의 아파트 증여 건수는 1698건으로 5월(1261건) 대비 1.3배 늘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6월 과세기준일 이후로 매물이 잠겼다”며 “정부 의도와 달리 다주택자 매물이 많이 안 나오고 증여에 나서는 등 ‘버티기’에 들어간 상황”이라고 밝혔다.

여당이 종합부동산세와 1주택자 대상 양도세를 완화하고 나선 것도 집주인으로서는 시장을 좀 더 관망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종부세는 공시가격 기준 현 9억원에서 11억원으로 부과 기준이 완화되고,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기준금액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변경된다. 이에 반해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계속 오르는 추세다.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주 0.21%(전주 대비) 올라 2018년 9월 3주(0.26%) 이후 가장 높은 상승폭을 나타냈다. 서울 용산의 한 공인중개사는 “집주인들 입장에선 가만히 있으면 세금 부담은 줄어들고 아파트값은 계속 오른다”며 “정치권에서 양도세 추가 완화 얘기도 나오는 등 서둘러 매물을 내놓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확정한 부동산중개수수료 인하의 혜택이 서울지역 아파트에 집중되는 점도 거래절벽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올해 1~8월 기간 중 서울의 아파트 거래 중 61.32%가 7억원 초과 거래”라며 “중개수수료 인하가 서울과 수도권 등에 집중되는 터라 인하안이 적용되는 10월까지 거래 감소가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대출규제를 강화하면서 매매수요가 더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함 랩장은 “이번달은 기준금리 인상 논의가 있고, 금융권이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를 강화하면 거래절벽 현상이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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