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비싸면 중개사가 일 더 하나..수수료 너무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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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비자들, 복비 개편안에 불만
6억 미만 거래가 전체 86%인데
업계 의견대로 현행 체계 유지
수수료 담합 관행 대책도 없어
」
“고가 주택이라고 공인중개사가 일을 더 하는 것도 아닌데 컴퓨터에 등록된 매물 소개하고, 계약서 써주고 챙기는 중개수수료가 너무 많다.”
정부가 지난 20일 발표한 부동산 중개보수 개편안에 대해 한 독자가 중앙일보에 보낸 이메일의 일부다. 정부가 중개보수 상한 요율을 낮추는 개편안을 마련했지만, 소비자의 눈높이와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정부가 이해 관계자들의 눈치를 보면서 이도 저도 아닌 ‘졸속 대책’을 내놨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의 부동산 중개보수 개편안에 따르면 주택 매매 시 거래 금액 6억원까지는 중개업계의 의견대로 현행 보수 체계를 유지하고, 6억~9억원 구간의 중개요율은 0.1%포인트(0.5%→0.4%) 낮아진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의 6억원 미만 주택 거래 건수 비중이 전체의 85.8%를 차지하고, 9억원 미만의 거래까지 확대하면 94.7%에 이른다.
전체 주택 거래의 5.3%를 차지하는 9억원 이상 주택 거래의 중개요율은 가격에 따라 0.2~0.4%포인트 줄어든다. 일률적으로 0.9%를 적용했던 것을 세분화해 9억~12억 0.5%, 12억~15억 0.6%, 15억 이상은 0.7%의 상한 요율을 적용한다. 이에 따라 9억원짜리 주택을 살 경우 최대 810만원을 내야 하던 중개수수료가 최대 450만원으로 44.4% 낮아진다.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직방에 따르면 올해(1~8월) 전국 아파트 매매 가격대별 거래비중을 보면 4억원 이하 거래가 73.4%를 차지했다. 같은 시기 서울은 7억원 초과 거래가 61.3%를 기록했다. 직방은 고가 아파트 거래가 많은 수도권과 광역시 등에 중개보수 인하 혜택이 집중될 것으로 전망했다.
9억원 이상 거래의 중개보수가 줄었지만, 실질적 감소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많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현행 요율체계에서도 상한 요율을 다 받는 곳은 거의 없다”며 “정부의 개편안 발표로 상한 요율이 실제 요율로 굳어져 실제 소비자가 부담하는 중개비용은 오히려 더 증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소비자 사이에서는 아예 거래 금액과 관계없이 정액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늘고 있다.
중개업계의 수수료 ‘담합’ 관행에 대한 해결 방안도 이번 대책에 빠져있다. 공인중개사법에 따르면 중개사들이 단체를 구성해 다른 중개사의 중개를 제한하거나 공동중개를 막는 행위는 불법이다. 한 공인중개사는 “친목회에 끼지 못하면 사실상 영업이 어렵다. 담합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요율 인하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부동산 중개 시장에 대한 정확한 실태 조사 없이 개편안을 만들었다고 지적한다. 실제 공인중개사의 소득 수준이나 시장에서 적용되는 협의 요율에 대한 조사 내용은 이번 개편안에 빠져 있다. 이번 중개보수 개편이 집값 급등으로 공인중개사들이 과도한 보수를 받고 있다는 논란에서 시작됐지만 정작 핵심 내용을 조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공인중개사가 1년에 몇 건 정도 거래하는지, 사무실 유지 비용은 얼마나 드는지 등 정밀한 비용편익분석을 통해 개선안을 마련해야 하는데, 국민 투표하는 식으로 결정하다 보니 반발이 큰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개편안을 반영한 ‘공인중개사법 시행규칙’을 이르면 10월부터 시행하겠다는 계획이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정부의 정책 실패로 인한 집값 급등 비난의 화살을 공인중개사의 희생으로 무마하려고 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일부 지역의 공인중개업소들은 정부의 방침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공동 휴업에 들어가기도 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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