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뛰자 '사전청약 카드'..2024년까지 10만가구 당겨 푼다

한은화 입력 2021. 8. 26. 00:02 수정 2021. 8. 26.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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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25일 부동산관계장관회의에서 태릉 CC(위 사진)와 과천 청사 부지 관련 주택공급 방안을 발표했다. 아래 사진은 이날 신규택지로 지정된 경기 과천시 갈현동 일대.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가 주택 공급 부족 논란에 대규모 사전청약 카드를 꺼냈다. 사전청약을 확대해 10만1000가구를 예정보다 당겨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하반기부터 2024년 상반기까지 공공택지 내 민간분양 부지(8만7000가구)와 2·4대책인 3080 도심 공공주택복합개발사업(1만4000가구)의 공급 물량을 1~2년 앞당겨 사전청약한다.

기존에 발표한 공공분양 사전청약 물량(6만2000가구)을 합치면 사전청약으로 16만3000가구가 공급된다. 이 중 수도권 물량은 13만3000가구(82%)다.

총 16만 가구 사전청약, 수도권이 82%

윤성원 국토교통부 제1차관은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위클리 주택공급 브리핑에서 “공급 효과를 조기에 체감할 수 있도록 사전청약 등을 통해 공급 시점을 최대한 앞당겨 불안심리를 해소하겠다”고 말했다.

그간 수도권 30만 호 공급, 2·4대책 등 205만 호에 달하는 공급대책을 발표했음에도 집값이 치솟고 있는 상황을 사전청약으로 돌파하겠다는 의미다. 기존에 공공분양에서만 추진하던 사전청약을 민간분양 물량까지도 처음으로 확대한다. 민간사업자의 사전청약을 끌어내기 위해 2023년까지 민간에 매각할 공공택지를 6개월 내 사전청약을 조건으로 팔 예정이다. 이 중 85%를 사전청약한다. 또 이미 매각한 부지도 사전청약을 할 경우 다른 공공택지 공급 시 우선 공급받거나 가점을 받는 인센티브를 준다는 방침이다.

사전청약 물량.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낙후한 도심을 공공이 주도해 개발하는 2·4대책 후보지에서도 사전청약 물량이 나왔다. 총 1만4000가구로 모두 서울 물량이다. 당장 내년 하반기에 4000가구 사전청약에 들어간다. 은평구 증산4구역, 수색14구역, 불광1 근린공원 등 주민 동의 3분의 2를 넘긴 후보지 13곳이 대상이다. 9월 지구지정 전에 주민설명회를 열고 구체적인 사업 인센티브를 밝힐 예정인데 사전청약 계획부터 나왔다.

나머지 물량(1만 가구)은 기존에 발표한 후보지에서 추산했다.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발표 후보지 56곳 중 몇 군데가 취소되더라도 나머지 물량에서 충분히 채울 수 있다”며 “민간사업의 경우 조합 설립까지 주도권 다툼으로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공공사업은 사업 절차가 간단해 분양까지 13년 걸릴 사업을 2.5년으로 단축할 수 있고 사전청약으로 1년 더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2·4대책의 경우 후보지 철회를 요구하는 후보지도 늘어나는 등 대책 자체의 실효성 논란도 크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정비사업은 이해관계 다툼이 크다 보니 사업이 지연될 수밖에 없는데 지구 지정 전인 후보지 단계에서 청약을 이야기하니 상상공급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현 사전청약과 민간 사전청약의 차이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사전청약에 대한 불안감도 있다. 정부는 사전청약 후 2년 뒤 본청약을 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주택은 사전청약 후 토지보상 절차가 지연돼 당첨 후 10년이 지나 입주하기도 했다. 이에 국토부 측은 “당시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택경기가 침체한 탓이 크고 그간의 경험을 통해 제도를 보완했다”며 “만약 사전청약 후 계약 포기로 미분양이 난다면 정부가 물량의 최대 70%까지 매입해 임대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급 물량 확대 없이 사전청약만 늘리는 건 결국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란 지적도 나온다. 서진형(경인여대 교수) 대한부동산학회장은 “국민에게 희망고문만 될 수 있다”며 “공급이 불확실한 사전청약보다는 민간 재개발·재건축을 통해 수요자가 원하는 공급이 이뤄져야 현재 부동산 시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본청약 지연 땐 전·월세시장 더 불안정”

민간 사전청약 참여조건 강화(안)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본청약이 지연될 경우 전·월세 시장이 더 불안정해질 수도 있다. 사전청약자는 본청약까지 무주택 상태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사전청약은 주택시장에서 무주택자를 전·월세 시장에 머무르게 하는 부작용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국토부는 주민 반발로 공급이 지연되고 있는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 부지와 과천청사 유휴부지 대체지도 발표했다. 태릉의 경우 당초 계획했던 1만 가구에서 6800가구로 공급 규모를 줄였다. 윤성원 국토부 제1차관은 “주민과 지자체 의견을 수렴해 물량을 6800가구로 조정하되 3100가구 이상의 대체 물량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수락산역 역세권 도심복합사업(600가구), 노원구 내 도시재생사업(600가구)에 물량을 추가하고 하계 5단지(1500가구), 상계 마들(400가구) 등 영구임대주택을 재건축한다는 방침이다. 노원구는 “확실한 교통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정부의 주택공급 계획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4000가구 공급 예정이던 과천청사 유휴부지 대체지는 과천지구다. 과천지구 내 공공주택 용적률을 높이고 자족 용지를 주택으로 용도 전환해 3000가구를 추가 공급한다. 나머지는 과천시 갈현동 과천 지식정보타운 인근 부지에 1300가구를 추가 공급한다.

한은화·김원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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