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에 돈 내느니 아파트에 투자하자".. 재건축 단지 고급화 '바람'

연지연 기자 2021. 8. 3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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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에 따라 부담금을 내야 하는 첫 아파트 단지가 등장했다. 지난 7월 입주를 시작한 서울 서초구의 반포 센트레빌(구 반포 현대아파트)이다. 이 단지를 지켜보며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를 예정에 둔 재건축 사업장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부담금을 줄이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다.

정비업계 전문가들은 아파트 커뮤니티 시설의 고급화로 해법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많다고 했다. 커뮤니티 시설이란 단지 내에 설치된 피트니스 시설과 스카이라운지, 독서실 등을 말한다. 과거에는 준공 시점을 늦추기 위해 사업 속도를 줄이거나 1:1 재건축으로 추진하자는 움직임이 많았는데 대응법이 바뀐 셈이다.

전문가들은 아파트 커뮤니티의 고급화 정도가 집값을 올리는 요소로도 작용하는 만큼,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가 결국 아파트 커뮤니티 고급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한다.

◇ 반포센트레빌 조합원 얼마 내나…재건축 단지 촉각

3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반포센트레빌 조합원들은 올해 10월이면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을 통지받게 된다. 현행 법령에 따르면 재건축 아파트가 준공되면 지방자치단체는 3개월 안에 조합에 부담금을 통지하도록 돼 있다. 부담금이 통지되면 조합원들은 한 달 내에 납부해야 한다. 늦어도 올 연말까지는 부담금을 완납해야 하는 셈이다.

이 아파트 조합의 예상 재건축 부담금은 108억5500만원이었다. 단순히 조합원 숫자로 나눈다고 가정하면 1인당 1억3500만원 정도를 내야 하는 셈이다. 문제는 실제 납부해야 하는 부담금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예상 재건축 부담금은 2018년 기준으로 계산된 것인데, 그 이후로 집값이 많이 오른 데다 공시가격 현실화 여파로 공시가격도 올랐기 때문이다. 관련법상 추진위원회 설립 승인 당시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이익 수준을 가늠하게 된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시행 첫 사례가 나오자 촉각을 곤두세우는 조합도 여럿이다. 당장 반포 1단지 3주구가 대표적이다. 그 밖에 방배 삼익아파트, 과천 주공 4단지 등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는 재건축 사업으로 인한 초과이익에 일정 비율을 곱해 정부가 부담금으로 가져가는 제도다. 2018년 당시 재건축초과이익제도 안내 내용/국토교통부·조선DB

◇ 사업추진 중단→1:1 재건축→이젠 아파트 커뮤니티 고급화로

과거 초과이익 환수제를 피하려는 조합들은 사업 진행 속도를 늦추는 방식을 대안으로 고려했다. 재건축 추진위원회가 설립되고 준공까지 사업기간이 길어지는 경우 준공 10년 전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이 정해지기 때문이다. 추진위원회가 설립된지 오래된 곳일수록 이런 움직임이 많았다. 이 때만해도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의견도 많았다. 하지만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가 합헌 판정을 받으면서 재건축 규제가 줄어들 것이란 기대는 사그라들었다.

이에 대안으로 논의됐던 것은 1:1 재건축이었다. 1:1 재건축을 하면 일반 분양이 없는 만큼 재건축 조합과 조합원이 누리는 이익이 없어서 부담금도 발생하지 않는다. 또 가구 수가 적은 만큼 쾌적성을 도모할 수도 있다. 물론 조합원이 분담금을 감내할 수 있다는 경제력이 있다는 전제가 깔려야 한다. 1:1 재건축의 대표는 서울 용산 이촌동의 래미안 첼리투스다. 2015년 당시 조합원당 부담금은 5억~5억4000만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1:1 재건축에 대한 논의도 이제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다. 1:1 재건축은 더 이상 지자체의 인허가를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땅에 부여된 용적률이 조합원의 사유재산이라고 하더라도, 상향되는 용적률의 경우는 이야기가 다르다. 결국 1:1 재건축 허가는 지양하는 쪽으로 지자체 분위기가 바뀌었다.

결국 최근엔 커뮤니티 고급화로 논의가 옮겨가는 분위기다. 수영장, 스카이라운지 등에 투자해 조합의 이익을 줄이면 부담금도 줄어든다. 아파트가 고급화돼 나중에 집값이 더 오를 가능성도 커진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아파트 입주민끼리 누릴 수 있는 삶의 반경이 확대되는 것을 고급화로 인지하는 분위기”라면서 “예전엔 연예인들이 사는 일부 고급 빌라에서만 누리던 가치가 대단지 아파트에서 확대되는 과정이라고 봐야 한다”고 했다.

서초그랑자이 단지 내 커뮤니티 시설들.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CGV골드클래스, 3레인 수영장, 골프장, 연회장

◇ 고급화의 조건…수영장·조망권 갖춘 스카이라운지·조식·키즈까페

실제로 일부 재건축 조합에서는 시공사와 아파트 커뮤니티 시설 고급화를 집중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반포 3주구와 방배 삼익아파트, 과천 주공 4단지 등 지가가 높은 지역일 수록 그렇다. 이 중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곳은 반포 3주구다. 관리처분인가를 받아 이주 계획을 세우면서 가장 속도가 빠른 편에 속하기 때문이다.

반포 3주구 한 조합원은 “지금은 이주 계획 서류 단계에 접어든 상황이지만, 멸실 이후 시공사와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라 다른 아파트들이 커뮤니티 시설을 어떻게 고급화 했는지 눈여겨 보고 있다”면서 “현재 들어선 아파트와는 또 다른 발전을 이뤄내야 고급화에 성공할 수 있고, 재초환 등 세금 문제에서도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에 조합원들 대다수가 의견을 함께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아파트 커뮤니티 시설 고급화의 기준 중 하나는 수영장이다. 수영장과 사우나 시설을 갖췄는지, 수영장의 규모가 어느 정도로 큰 지에 관심이 많다. GS건설의 대표단지인 서초그랑자이의 경우 수영장이 4레인이다.

최근엔 규모 경쟁을 넘어서서 아파트 옥상에 수영장을 설치하는 ‘스카이 인피니티풀’ 논의가 한창 이어지고 있다. 개포 프레지던스자이(개포4단지)가 대표적이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정보가 워낙 빨리 전해지는 시대라 어느 단지가 수영장을 만든다고 하면 우리 아파트에는 더 크게, 더 좋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서는 조합원들이 나온다”면서 “수영장의 경우 공사비도 많이 드는 터라 고급화 정도의 척도로 자리매김했다”고 했다.

한강뷰나 마운틴뷰가 좋은 스카이라운지가 설치됐는지, 스카이라운지 전용 엘리베이터가 설치됐는지도 최근 공인중개업소에서 신경써서 안내하는 내용이다. 초고층에 스카이라운지를 뒀다는 것은 그만큼 조망권이 좋은 주택을 덜 지었다는 의미다. 분양 수익이 줄어든 대신 입주민이 사용할 공간은 늘어나게 된다.

방배동 J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예전엔 집에 대해서만 알려주면 됐는데, 방배그랑자이가 신축되면서 매봉재산 조망권을 갖춘 스카이라운지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설명한다”면서 “스카이라운지를 한 번 보여주면 매매에 나서려는 사람이나 전세를 구하려는 사람 모두 만족도가 크게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일부 단지에서는 조식과 키즈카페, 영화관, 콘서트홀, 단지내 캠핑장 등도 논의 중이다. 다른 아파트 단지의 선례를 총망라하자는 것이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를 부과해도 조합과 조합원들은 어떻게든 최선과 차선을 찾아낸다”면서 “특정 계층에 이익이 쏠리면 안 된다는 대명제를 충족시키기 위해선 꼭 말많고 탈많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가 아니어도 방법이 있다. 아파트 단지 고급화를 부추길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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