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법 또다른 저주..서울 임대차 아파트 40%는 월세

김원 2021. 9. 12.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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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서울시내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부동산 매물 전단이 붙어있다. 뉴스1

지난달 주택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서울 아파트의 40%가량이 월세(반전세 포함)형태였다. 유래가 없는 사상 최고 수준의 월세 비중인데, 지난해 7월 새 임대차 법 시행 이후 '전세의 월세화'가 심화하고 있다.

12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8월 서울에서 체결된 아파트 임대차 계약(계약일 기준)은 총 1만2567건으로, 이 가운데 월세가 조금이라도 낀 계약이 39.4%(4954건)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 7월 35.5%보다 3.9%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지난해 7월 '임대차3법' 중 2법(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이 전격적으로 시행된 이후 전세 매물이 줄고 전셋값이 치솟으면서 월세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 1년간(지난해 8월∼지난달) 반전세 거래 비중은 35.1%로, 법 시행 전 1년간 28.1%에 비해 7.0%포인트 높아졌다.

이런 현상은 예견된 결과다. 올해 서울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19.89% 인상됐고, 이에 따른 세금 증가로 집주인들이 늘어난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하는 현상이 빚어질 것이란 우려가 많았다. 여기에 올 6월 임대차법의 마지막 퍼즐인 임대차신고제가 시행되면 집주인들의 임대소득이 노출돼 '전세의 월세화'가 더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실제 임대차3법이 완성되고 보유세가 실제 부과되고 난 뒤 이런 경향이 크게 두드러지고 있다.

서울 주요 아파트 단지 월세 거래 비중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지역별을 가리지 않고 월세 거래가 크게 증가했다. 강남권에서는 강남구가 지난달 45.1%로 전월(39.1%) 대비 6.0%포인트 증가했고, 송파구가 33.8%에서 46.2%로 높아졌다. 마포구도 40.0%에서 52.2%로 12.2%포인트 증가해 임대차 거래의 절반 이상이 반전세 거래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초구 방배동에 위치한 644가구 규모의 방배1차현대홈타운 아파트에서는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8개월간 55건의 임대차 거래가 진행됐는데, 이 가운데 65.5%인 36건이 월세를 낀 거래였다. 강남구 역삼동 역삼래미안(1050가구) 역시 올해 월세 거래 비중이 59.2%(103건 중 61건)이었다.

고액 월세 거래도 늘고 있다. 지난달까지 월세를 낀 아파트 거래는 총 4만2672건이다. 이 중 월세 100만 원 이상인 거래는 1만2397건으로 전체의 29.1%를 차지했다. 월세 500만원 이상은 220건(0.5%), 1000만원 이상도 25건이나 됐다.

올해 초 입주한 성동구 성수동 아크로 서울포레스트는 7월 전용 264.54㎡이 보증금 20억원에 월세 2700만원에 거래됐다. 1년에 월세로 내는 돈만 3억2400만원이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요즘에는 집주인들이 월세를 끼고 거래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주택 관련 세금이나 대출 이자 등을 월세를 받아 해결하려는 집주인들이 많다는 얘기다.

서울 주요 자치구 임대차 거래에서 월세 비중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전셋값 상승에 따라 월세도 오르는 추세다.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8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6억4345만원으로 지난해 8월 5억1011만원에 비해 1억3334만원(26.1%) 올랐다. 서울 전셋값은 올해 3.39% 올라 지난해 같은 기간(2.54%)보다 오름폭이 더 컸다.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의 전용면적 84㎡의 경우 작년 상반기 보증금 1억원에 월세 250만원 안팎에 다수 거래가 이뤄졌는데, 지난달 보증금 1억원 월세 350만원(15층·27층)에 거래가 이뤄져 1년 사이 월세가 100만원 가량 올랐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집주인의 세금 부담이 높아질수록 세입자에게 이를 떠넘기는 '조세의 전가' 현상은 부동산 교과서에 나오는 원론적인 얘기"라며 "새 임대차법 시행으로 전세 매물이 줄고, 전세난이 가중된 상황에서 다주택자 매물이 최대한 임대 시장에 공급될 수 있도록 관련 규제 완화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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