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기자 김만배-변호사 남욱, 그들은 어떻게 '대장동 깐부'가 됐나

함종선 2021. 10. 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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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특혜 의혹의 핵심인물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피의자 신문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1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스1

대장동 프로젝트의 핵심 투 플레이어는 김만배 씨(화천대유 지분 100% 보유)와 남욱 변호사(천화동인 4호 소유자)다. 11일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은 김만배씨는 화천대유 사업수익과 천화동인 1호 배당금 등을 합해 최소 6000억원 이상을 챙겼거나 챙길 예정이었고, 남 변호사는 천화동인 배당금으로 약 1000억원을 받았다.

대장동 프로젝트는 서강대 출신(정영학 회계사, 정민용 변호사 등)과 성균관대 출신(이성문 화천대유 전 대표, 고재환 성남의뜰 대표)이 양대 축이 돼 사업을 기획하고 추진했는데 남 씨는 서강대의 리더이고, 김 씨는 성대라인을 이끌었다.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 씨와 남 씨는 '깐부(딱지치기 등을 할 때 같은 편을 의미하고 딴 딱지를 공동 관리하는 멤버, 아주 가까운 사이)'였다. 출신학교도 다르고 하는 일의 결도 완전히 달랐던 두 사람은 어떻게 만났고 깐부까지 됐을까.

김현서 기자 kim.hyeonseo12@joongang.co.kr

두 사람이 알고 지내기 시작한 건 2010년 전후다. 남 씨와 친했고, 남 씨 사업에 초기부터 투자했던 천화동인 7호 소유주가 둘 사이를 연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인' 관계였던 김 씨와 남 씨가 '깐부'가 된 건 2014년 말경이다. 당시는 남 씨의 대학 후배인 정영학 회계사의 '기발한 아이디어'로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대장동 프로젝트 시행사인 성남의뜰 지분의 '50%+1주'를 보유, 토지강제수용권을 가지고 사업을 하는 구도가 확정될 때이다.

토지강제수용권 확보에 따라 사업이 일사천리로 진행될 기반이 갖춰졌는데, 당시 남 씨는 '변호사법 및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수원지검 특수부의 수사를 받고 있었다. 2009년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대장동 사업에서 손을 떼게 '작업'을 해주는 조건으로 당시 대장동 민간개발사업을 추진하던 사업자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다. 남 씨는 2009년부터 대장동에서 이른바 '지주작업'을 하며 개발사업을 벌이고 있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2014년 검찰의 수사가 가속화하자 남 씨는 법과 관련해 변호사인 자신의 능력을 훨씬 능가하는 '힘'을 가진 사람이 필요했고, 그 '힘'을 쓸 수 있는 사람으로 법조기자를 오래 한 김 씨를 영입해 '깐부'가 됐다는 게 복수의 대장동 프로젝트 관계자들의 얘기다. 이때까지만해도 '주도권'은 남씨가 잡고 있었는데 2015년 6월 남 씨가 구속기소 돼 구치소에 가면서 상황은 다시 변한다.

2015년 2월에 대장동 프로젝트 입찰공고가 뜨고 3월에 성남의뜰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6월 천화동인 설립, 7월 성남의뜰 법인 설립 등 남 씨 구속 전후는 대장동 프로젝트의 가장 핵심적인 업무가 확정되는 시기였다. 결국 구치소에서 이런 일을 하기 힘든 남 씨를 대신해 김씨가 사업 주도권을 잡았다는 것이다.

이랬던 김 씨와 남 씨 사이가 틀어진 건 약 2년 전이다. 당시는 최근 분양한 판교 SK뷰 테라스와의 모든 수익이 사실상 확정된 때였는데, 수익 배분을 놓고 이견이 생겼다는 것이다. 천화동인 수익금은 각자의 몫이고, 화천대유 수익금을 '공통 경비'로 쓰기로 대장동 '동업자' 간에 약속이 돼 있었는데 서로 자신들이 경비를 많이 썼다고 주장하면서 사이가 멀어졌다는 얘기다. 한 관계자는 "녹취록 등에 나온다는 '50억 클럽'의 경우 그 돈을 실제 줬는지 확인이 불가능한 일 아니냐"고 말했다.

남씨는 이런 '배분 문제'를 매듭짓기 위해 지난 8월 말에 귀국했고, 실제 관련 일 처리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언론을 통해 대장동 문제가 이슈화되면서 9월 중순 경 타고 다니던 포르쉐 차 등을 팔고 서둘러 미국으로 도피했다고 한다.

경제민주주의21의 김경율 회계사는 "대장동 프로젝트에서 유난히 수원지검에 있었던 법률 인들의 이름이 많이 오르내리는데, 김 씨와 남 씨가 깐부가 된 사연이 사실이라면 법률 인들과 관련한 궁금증이 해소된다"고 말했다.

함종선 기자 ham.jongs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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