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집값 거품 붕괴하고 있다"..12년전 '미분양 무덤' 조짐

김원 입력 2021. 11. 14. 16:35 수정 2021. 11. 15.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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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강남이라 불리는 수성구 범어동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전국적으로 집값 상승률이 둔화하는 가운데 하락 반전의 조짐이 나타나는 지역도 생겨나고 있다. 다락같이 치솟던 아파트값 상승세가 멈춘 대구가 대표적이다. 매수심리가 얼어붙으며 거래량이 크게 줄었다. 공급 폭탄에 미분양도 급증하는 추세다. "대구 집값 거품(버블)이 붕괴하고 있다"는 전문가 진단도 나오고 있다.

14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1월 둘째 주(8일 기준) 대구의 아파트값 상승률은 0%를 기록했다. 주간 단위로 대구의 아파트값 상승이 멈춘 것은 지난해 5월 이후 1년 6개월 만이다. 남구(-0.03%), 동구(-0.02%), 서구·달서구(-0.01%)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올해 대구 아파트값 상승률 변화.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대구의 이번 주 아파트 매매수급지수 역시 94.5로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가장 낮았다. 지난 6월 첫째 주(7일 기준) 100 이하로 떨어진 이후 줄곧 하락세다. 매매수급지수는 아파트 수요와 공급 비중을 지수화한 것인데,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높으면 집을 사려는 사람이, 낮으면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공급이 수요를 뛰어넘은 상황이 5개월 이상 지속하고 있다.


2년 뒤 적정 수요 3배 '공급 폭탄'

지난해 대구 아파트값은 4.32% 올랐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월간 1% 넘는 아파트값 상승률을 보였지만 하반기 들어 상승 폭이 꺾이더니 결국 오름세가 멈춰버렸다. 거래가 크게 줄어든 영향이다. 지난해 대구 아파트 월평균 거래량(매매 기준)은 4283건이었는데, 올해는 66%가 감소한 월평균 1428건이다. 올해 9월까지 거래량은 1만7140건으로 아파트값 상승 폭이 컸던 지난해 10~12월 거래량(1만7343건)보다도 적다.

대구 수성구 범어동 빌리브범어 전용면적 84㎡의 경우 지난해 초만 해도 10억~11억원에 거래되던 것이 지난해 말 가격이 크게 올라 지난 1월에 정점(15억4000만원)을 찍었다. 하지만 이후 2건만 거래됐는데, 가격은 올 초에 비해 1500만~6000만원 낮은 14억8000만원(8월), 15억2500만원(9월)이었다.

연도별 대구 아파트 입주물량.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전문가들은 대구 아파트 공급 물량이 급증한 영향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올해 대구지역 아파트 입주물량은 1만6284가구로 적정 수요인 1만1953가구를 훌쩍 뛰어넘는다. 문제는 내년부터 입주 물량이 또다시 급증한다는 것이다. 아실에 따르면 내년 입주물량은 올해보다 20.4% 증가한 1만9604가구다. 2023년에는 적정 수요의 3배가량인 3만2503가구가 입주한다. 대구시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사업 승인이 난 180곳 가운데 시공 중인 아파트 공사장 수는 130곳 안팎으로 나타났다. 대구시가 재개발, 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을 활발히 추진한 영향이다.


'153→2093가구' 미분양도 급증

공급 폭탄에 미분양도 확대되는 분위기다. 지난 9월 기준으로 대구 지역 미분양은 2093가구로 나타났는데, 이는 지난 3월 153가구와 비교하면 크게 늘어난 수치다. 최근 현대건설이 분양한 '힐스테이트 앞산 센트럴'은 5개 주택형 가운데 4개가 1순위 마감에 실패하기도 했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대구 분양경기실사지수(HSSI) 전망치는 64.0으로 전국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일부에서는 이같은 상황이 대구가 '미분양의 무덤'이란 오명을 쓴 2007~2009년 폭락기 초기와 비슷하다고 분석한다. 2008~2009년 당시 대구에서는 입주 물량이 몰리면서 대구의 강남이라 불리는 수성구에서조차 미분양이 대거 발생했다. 하지만 올해는 공급이 몰렸던 동구를 중심으로 미분양이 집중돼 10여년 전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반론도 있다. 동구의 9월 미분양은 1506가구로 전체의 72%를 차지했다.

월별 대구 아파트 미분양 물량.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공급 확대해야 부동산 시장 안정"

이런 가운데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산하 주택도시금융연구원은 ‘최근 주택가격 상승의 위험 진단과 시사' 보고서를 통해 "대구의 시장은 최근 버블 붕괴와 시장 침체기로 접어들면서 미분양 물량의 증가하는 등 시장 리스크가 높아지는 중"이라며 "분양보증 사업장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와 깡통전세 가능성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내렸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대구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주택 공급 확대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공급 확대를 위해 양도소득세 등 세금 규제를 완화하고, 재개발·재건축 등을 활성화하는 것이 단기적으로 집값 상승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결국 집값 안정을 이루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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