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제정책 피한 수요 '아파텔'로

박은희 2021. 11. 14.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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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소유 무관 100% 추첨제
청약가점 낮은 2030에도 인기
'신길 AK 푸르지오' 견본주택 내 배치된 조형물. 디지털타임스 DB

전국 오피스텔과 상가 가격이 들썩이면서 곳곳에서 1000명대 1의 높은 분양 경쟁률이 속출, '오피스텔 투자 광풍'이 부는 것은 결국 정부의 '수요 억제 위주'의 부동산 정책 탓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1000대 1의 분양 경쟁률이 속출하면서 '수재 오피스텔'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흔히 1000명 가운데 뽑힌 인물을 '수재'라고 하는 데 전국에 분양 경쟁률이 1000대 1을 넘는 오피스텔이 넘쳐난다는 자조 섞인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정부의 정책 오류 탓이라고 지적한다. 대체로 수재 오피스텔은 100실 미만으로 전매제한 규제를 피한 오피스텔 분양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의 규제가 '오피스텔 투자 광풍'을 만들었다는 게 전문가들은 꼬집고 있다.

14일 부동산 시장에 따르면 전국 곳곳에서 오피스텔 분양 경쟁률이 갱신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 같은 오피스텔 투자는 100실 미만에 쏠리고 있다. 100실 미만의 경우 전매제한이 없어 당첨 직후 웃돈(프리미엄)을 받고 곧바로 명의 이전을 통해 분양권을 팔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오피스텔은 주택법이 아닌 건축법을 적용받는 만큼 청약에 따로 청약통장이 필요 없다. 만 19세 이상이면 청약이 가능하며 100% 추첨으로 당첨자를 선정한다. 청약 시 주택 소유 여부를 따지지 않고 주택으로 분류되지 않아 취득세 중과 대상도 아니다. 이로 인해 청약 가점이 낮은 20~30대 실수요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정부가 주거용 오피스텔의 바닥 난방 허용 기준을 기존 전용면적 85㎡ 이하에서 120㎡까지 확대하기로 하는 등 오피스텔 규제를 완화한 것도 투자자들이 몰리는 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하고 있다.

최근 1312명대 1의 경쟁률을 보인 '신길 AK 푸르지오'의 경우 당첨자 발표 후 계약을 진행하던 지난 5일엔 견본주택 인근에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소)이 모여 소란을 빚었다.

지난 13일 서울 양천구 목동 '신길 AK 푸르지오' 견본주택에서 만난 분양 관계자는 "상담을 받으러 오신 분들 중에는 실거주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와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 반반이었다"고 말했다.

분양 관계자는 "당첨자들만 들어와서 계약을 할 수 있게 해 중개인들이 근처 대형마트 쪽에 몰려가 진을 치고 있었다"며 "결국 경찰에 민원까지 제기된 걸로 들었다"고 밝혔다.

실제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채팅방에서 '온라인 떴다방'도 기승을 부렸다. 청약 희망자를 모집해 사전의향서를 받고, 이 가운데 청약에 당첨된 사람에게 매수 대기자를 연결해주는 방식이다.

매매시장에서도 분양시장과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전국 오피스텔 매매 건수는 5만1402건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을 경신했다. 특히 거실 외에도 방 2~3개를 갖춘 아파텔의 가격 상승폭이 원룸형이나 1.5룸 구조보다 큰 것으로 조사됐다.

부동산시장 분석업체 부동산인포가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분석한 결과 전용면적 40㎡ 이하 오피스텔의 평균 매매가는 올 1월 1억4303만원에서 9월 1억4369만원으로 0.4% 상승했다. 반면 전용 40~60㎡는 같은 기간 2억2956만원에서 2억3785만원으로 3.6% 올랐고, 전용 60~85㎡는 3억3586만원에서 3억6080만원으로 7.4% 뛰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기존 오피스텔 시장은 전셋값 상승과 아파트 가격부담으로 실수요자 매입수요가 유입될 수 있으나 아파트 시장의 거래량이 제한되고 있어 오피스텔 시장도 양극화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경기와 인천 등에서는 3기 신도시를 비롯해 아파트 공급이 많이 늘어날 전망이어서 오피스텔 매수는 입지와 환금성 여부를 잘 따져봐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박은희·박상길기자sweats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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