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의 힘.. 세종 아파트값 16주 하락, 대구 미분양 속출

정순우 기자 2021. 11. 16.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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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구서 확인된 부동산 시장의 법칙

지난해 전국에서 아파트값이 가장 많이 올랐던 세종과 지방 집값 과열의 중심지였던 대구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달라졌다. 올 하반기 들어 세종은 16주 연속 주간 아파트값이 ‘마이너스’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전국에서 유일하게 집값이 내리고 있다. 대구에서는 미분양 아파트가 쌓이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시장 분위기가 급반전된 가장 큰 이유로 ‘공급 폭탄’을 꼽는다. 세종과 대구 모두 주택 수요가 많은 대도시임에도 단기간 아파트 공급이 급증하면서 집값이 잡혔다는 것이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수요를 넘어서는 공급만이 집값을 잡을 수 있다는 게 세종과 대구를 통해 확인된 것”이라며 “정부는 입주까지 몇 년 걸릴지 모르는 부동산 대책만 발표하지 말고, 효과적인 단기 공급 확대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 아파트값 ‘나 홀로 하락’

15일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세종시 아파트값은 지난 7월부터 이달 8일까지 0.75% 내렸다.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값은 5.29% 올랐다. 전국 17개 시도에서 아파트값이 떨어진 유일한 지역이다. 작년 같은 기간 세종 아파트값 상승률은 20.54%로 전국 1위였다.

대구도 하반기 들어 아파트값이 0.81% 오르는 데 그쳐 지방광역시 5곳(부산·대구·대전·광주·울산) 평균 상승률(3.65%)에 크게 못 미친다. 상반기만 해도 매주 아파트값이 0.2~0.4%씩 올랐던 대구는 하반기부터 눈에 띄게 상승세가 주춤해졌다. 지난주 대구 동구(-0.02%)와 남구(-0.03%)는 아파트값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전국적으로 아파트 청약 광풍이 불고 있지만, 최근 대구에서는 대기업 브랜드 아파트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달 분양한 대구 남구 ‘힐스테이트 앞산 센트럴’은 5개 주택형 중 3개가 1순위에서 미달됐다. 1순위 청약 경쟁률이 최소 수십~수백 대 1에 달하고, 당첨되려면 만점 가까운 청약 가점을 확보해야 하는 수도권 분위기와 딴판이다. 지난해부터 젊은 층의 ‘패닉 바잉’(공황 매수) 분위기와 맞물려 전국 미분양 아파트가 역대 최저치를 갈아치우고 있지만, 대구의 미분양 아파트는 올해 1월 419가구에서 9월 2093가구로 5배가 됐다.

◇”물량 앞에 장사 없다”

세종과 대구의 집값이 안정된 공통된 배경은 아파트 입주 물량의 증가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 집계에 따르면, 대구의 신규 아파트 입주는 2019년 6445가구에서 올해 1만6284가구(추정치)로 급증했다. 내년에는 1만9604가구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세종 역시 입주 물량이 지난해 4287가구에서 올해 7668가구로 79%나 늘었다. 세종시는 지난해 여당에서 나온 ‘수도 이전’ 이슈 때문에 아파트값이 과도하게 올라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많았다. 여기에 입주 폭탄까지 더해지면서 집값 하락 압력으로 작용했다.

대구나 세종과 달리 서울과 경기는 입주 물량이 줄어들면서 집값 상승세를 더욱 부채질하는 상황이다. 서울의 아파트 입주는 2019년 4만7071가구에서 올해 3만595가구로, 경기는 11만6609가구에서 9만2143가구로 35%, 21%씩 줄어든다. 올 하반기 아파트값 상승률이 서울은 3.58%, 경기는 8.36%에 달한다.

과거에도 공급 폭탄 때문에 부동산 가격이 안정된 사례는 종종 있었다. 2018년 말 9510가구 규모의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입주가 시작되면서 송파구는 물론 인근 강남·강동구까지 반년 가까이 매매 및 전세가격이 하락했다. 지난해 주택임대차법 개정으로 촉발된 전국적인 전세대란 속에서도 아파트 입주가 몰렸던 경기도 과천의 전셋값은 5.85% 떨어졌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공급이 늘어나면 시장 가격이 떨어진다는 것은 경제학에서 기본 중의 기본”이라며 “집값 안정을 위해서는 대출 규제 같은 수요 억제책이 아닌, 입주 가능한 아파트를 단기간에 쏟아낼 수 있는 대책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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