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받는 '신혼희망타운'.. 인기 지역 과천서도 미달

이미지 기자 2021. 12. 10.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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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신혼부부 주거 지원 방안으로 2018년 내놓은 ‘신혼희망타운’이 수요자에게 외면당하고 있다. 신혼부부들로선 당첨 확률이 높아 집을 마련할 기회인데도 곳곳에서 미달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자녀를 낳아 양육하기엔 좁은 면적과, 나중에 팔 때 시세 차익의 최대 절반을 내놓도록 한 ‘수익 공유’ 조건이 실수요자들조차 외면하게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기 신도시 등 수도권 공공택지에 공급되는 공공주택 일반공급분 사전 청약이 시작된 6일 서울 송파구 장지동의 현장 접수처를 방문한 사람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외면당하는 신혼희망타운

지난 1~3일 진행된 과천 주암지구와 시흥 하중지구 신혼희망타운 사전 청약은 2172가구 모집에 1297명이 신청했다. 해당 지역 수요자를 대상으로 접수했는데, 신혼희망타운 7가지 주택형 중 6가지에서 미달이 발생했다. 시흥하중 전용면적 55㎡만 317가구 모집에 335명이 신청(1.05대 1)해 간신히 미달을 면했다.

특히 서울 서초구 양재·우면동과 가까워 사실상 ‘강남 생활권’으로 통하던 과천 주암지구는 1421가구 모집에 730명이 신청했다. 일부 주택형은 신청자가 단 1명뿐이었다. 같은 기간 특별 공급 접수를 한 과천 주암지구 내 공공 분양 아파트가 경쟁률 29.2대1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신혼희망타운에 대한 수요자의 외면이 더 두드러졌다. 결국 국토부는 신혼희망타운 청약 대상을 수도권 전체로 늘려 추가 신청을 받은 끝에 미달한 물량을 배정할 수 있었다.

신혼희망타운

◇시세 차익 최대 50% 내야

신혼희망타운이 인기가 없는 주요 이유로 수요자들의 눈높이에 못 미치는 좁은 면적이 꼽힌다. 과천 주암과 시흥 하중에서 공급된 신혼희망타운은 전용면적 46~55㎡인데, 전용 44㎡는 공급 면적 기준으로 18평에 해당한다. 부부 둘이 살기도 넉넉하지 않은 공간인데 자녀를 낳아 키우는 것까지 고려하면 너무 좁다는 의견이 많다.

또 다른 이유는 수익 공유 조건이다. 분양가 3억700만원이 넘는 신혼희망타운은 ‘수익 공유형 모기지’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집값의 최소 30%에 해당하는 돈을 고정 금리(연 1.3%)로 빌릴 수 있는 점은 매력적이지만, 나중에 집을 팔 때 시세 차익의 10~50%를 주택도시기금으로 내야 한다.

시세 차익 환수는 대출 기간과 자녀 수에 따라 달라진다. 가령 집값의 30%를 빌려 9년 미만을 거주하다 처분할 경우, 자녀가 없으면 매각 차익의 30%, 자녀가 둘이면 10%를 환수한다. 집값의 70%를 빌린 사람이면 같은 조건에서 환수 비율이 각각 50%, 30%로 높아진다.

오래 살면서 자녀를 많이 낳아 기를수록 환수되는 금액이 줄지만, 신혼부부들은 “현실을 모르는 탁상행정”이라고 지적한다. 한 30대 신혼부부는 “10평대 좁은 집에서 아이 둘 키우면서 10년 넘게 사는 게 주거 안정이냐”면서 “게다가 집값이 올라도 최대 절반을 정부와 나누라고 하니 누가 살겠느냐”고 말했다.

국토부는 “수익 공유형 모기지 정책 수정이나 개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신혼부부를 위한 주택을 따로 마련해주면서 수익 공유까지 하지 않으면 다른 연령대나 수요자들에 대한 역차별이 우려된다는 이유다. 다만 “면적이 너무 좁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지난달 노형욱 국토부 장관이 “앞으로 공급하는 물량은 중형 비율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주택 면적을 다양하게 공급하면 수요가 늘겠지만, 자산 가치 상승분을 국가가 환수하는 데 대한 거부감을 없애는 게 더 시급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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