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 세부담 완화 '오락가락 정책'..추락하는 신뢰도

조계원 2021. 12. 2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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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재산세 등 보유세 부담 완화 추진
'못 믿겠다' 반응 쏟아져, 1주택자 환영
"단기 대책 한계, 근본 대책 논의 필요"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박민규 기자

당정이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점진적 인상) 관련해 세금 부담 완화 정책에 나서기로 했다. 공시가 현실화와 집값 상승에 따라 1가구 1주택자의 세부담이 급격히 증가한다고 판단한 영향이다.

다만 이는 보유세 강화를 통해 부동산 불로소득을 잡겠다던 현 정부의 정책기조와 상반된 방향이다. 시장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급변하는 부동산 정책에 신뢰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21일 더불어민주당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재산세 산출 시 올해 공시가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당정은 전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공시가격 관련 당정협의에서 세부담 완화를 위한 제도개선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공시가격이란 정부가 조사·산정해 공시하는 가격으로, 종부세와 재산세 등 각종 세제 부과 기준은 물론 건강보험료와 기초연금 등 사회복지에도 활용되는 지표다. 정부는 공시가격을 공동주택의 경우 2030년까지 시세 대비 90%로 끌어올리겠다는 로드맵을 지난해 발표했다. 표준 단독주택도 2035년까지 공시가격을 현실화한다는 방침이다.

당정은 공시가격 현실화 속도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내년 재산세 산출 시 올해 공시가 적용 △1가구 1주택 고령자의 종부세 한시 납부유예 △1가구 1주택 보유자에 대한 보유세 상한 및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 등을 검토하기로 했다.

민주당 박완주 정책위의장은 “공시가 현실화 속도 조절은 당정이 검토하지 않기로 했으나 공시가 현실화로 인해 1가구1주택자와 중산층의 재산세, 건강보험료가 늘지 않도록 당정이 노력할 것”이라며 “내년도 보유세 산정시 올해 공시가를 적용하는 방안은 검토하는 내용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1주택자 세금 얼마나 오르길래 

국민의힘은 2021년 162만원(1세대 1주택, 85㎡ 공동주택 기준)에 불과했던 서울시의 평균 보유세 부담이 2025년에는 2배 가량 증가한 300만원 까지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국민의힘 부동산공시가격검증센터장 유경준 의원이 20일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올해 대비 2025년 부동산 보유세가 2배 이상 증가한 자치구가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15개 구에 달한다. 나머지 10개 자치구도 최소 1.78배에서 1.97배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했다.

보유세가 급증하는 자치구의 특징은 2021~2023년 공시가격 9억원 이하 1가구 1주택자 재산세 특례(0.05%p 감면)가 적용되는 자치구로 특례기간이 종료되는 직후인 2024년에 보유세 부담률이 급증할 것으로 나왔다. 종부세 대상이 아닌 공시가격 9억 이하 주택들의 보유세가 더 급격히 상승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보유세 증가율 상위 5개 자치구는 노원구, 성북구, 강북구, 도봉구, 구로구로 공시가격이 9억원 이하인 자치구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치구별로 보면 노원구는 보유세 부담이 올해 78만원에서 2025년 2.6배 증가한 205만원으로 폭증했고, 가장 적게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마포구의 경우도 183만원에서 326만원으로 1.8배 가까이 상승할 것으로 추계했다.

국민의힘 유경준 의원은 “해당 추계는 국민주택 기준인 85㎡ 공동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1가구 1주택자를 기준으로 문재인 정부가 제시한 수치만을 사용해 나온 보수적인 결과다. 그런데도 정부와 민주당은 세금폭탄은 과장된 것이라며 현실을 외면하고 있으니 제대로 된 부동산·조세정책이 나올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민주당의 정책변화 원인이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있다고 지목했다. 사진=김은빈 기자

세부담 완화 환영하지만, 신뢰하기는 

올라가는 세금을 낮춰주겠다는 당정에 1주택자 사이에서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다만 국민들 사이에서는 신뢰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뒤따른다. 일각에서는 대선 이후 실제 세부담 완화 정책이 실현될 수 있을지 의구심을 나타내는 이들도 있다.

노원구에 거주하는 40대 1주택자는 “현 정부 출범 초기에는 부동산 정책을 지지했지만 1주택에 대한 보유세마저 올려버리는 모습에 돌아섰다”며 “실수요자인 1주택자는 정부가 보호해 주어야 한다. 늦게라도 1주택자 보유세를 낮춰는 정책은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부동산정책의 기조 변화에 신뢰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크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불로소득 잡겠다더니 선거 앞두고 다 뒤집는다. 이제 못 믿겠다” “자고 일어나면 손바닥 뒤집는 데, 믿기 어렵다” “선거 끝나 표 받을 일 없으면 마음대로 할 것이다” “또 국민 간보기 들어갔다” 등의 반응이 나왔다.

정치권에서는 부동산 정책기조 변화 원인이 이재명 대선 후보에게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민주당의 집부자당 본색 중심에는 다름 아닌 불로소득을 잡겠다던 이(재명) 후보가 있다”며 “시행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정부의 (조세) 정책을 차기 대선 후보가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기둥뿌리째 흔들어도 되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단기 일회성 대책보다, 근본 대책 논의 필요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공시가격 현실화에 대한 장기적 관점의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는 현재 당정이 검토하고 있는 보완대책들이 모두 단기적 방안에 그치고 있다는 한계를 지적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보유세 증가에 따른 1주택자와 고령자의 과세 부담은 이미 지적되어온 사안”이라며 “실무적으로 볼 때 일시적 조치라는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당장의 임시조치에 대한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임시조치와 함께 장기방안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며 “여건에 변화가 없다면 지금 문제가 앞으로도 문제가 되는 만큼 더 상세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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