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하락' 공언하는 정부 눈치? 통계기관 전망 발표 미뤄

김원 2022. 1. 10.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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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대출규제로 주택 거래가 크게 줄고, 이전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가 되는 사례가 늘어나자 최근 정부는 여러 경로로 “집값이 내려갈 것”이라고 밝힌다. 하지만 정부가 공인하는 부동산 통계 기관인 한국부동산원은 올해 집값 전망치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부동산 관련 통계 자료를 가장 많이 가진 공기업이 전망치를 발표하지 않는 것을 놓고 정부 눈치를 보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일 신년사에서 “최근 주택 가격 하락세를 확고한 하향 안정세로 이어가겠다”고 말했고, 이어 경제부총리(홍남기),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박수현), 국토교통부 장관(노형욱) 등도 비슷한 발언을 잇달아 내놓았다. 하지만 “얼마나 떨어질지”에 대한 물음에는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지난 4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이 추세적인 하락을 전망하는 노형욱 국토부 장관에게 “몇 퍼센트 하락할 것으로 보느냐”고 질의했다. 노 장관은 “시장 수치를 직접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답했다. 송 의원이 재차 “올해 부동산원이 (집값 전망치 발표를) 준비를 하고 있냐”고 묻자 노 장관은 즉답을 피하며 “공식적으로 전망치를 내놓지 않고 있다”고 했다.

실제 부동산원은 매년 초 발표하던 집값 전망을 작년에 이어 올해도 하지 않고 있다. 부동산원은 지난 2015년부터 매년 두 차례씩 기자간담회 형식의 부동산 시장 전망 발표회를 진행해왔지만 2020년 하반기부터 네 차례 연속 이 행사를 열지 않고 있다. 세 차례 발표를 건너뛸 때 부동산원은 “코로나19 여파로 오프라인 간담회 개최가 어렵다”고 해명했다. 올해는 “집값 전망 모형의 고도화가 진행 중이고, 그 진행 상황에 따라 발표 시기가 유동적”이라는 게 공식 입장이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신력 재고를 위해 시장 예측에 신중을 기하는 점은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발표가 더 늦춰질수록 불필요한 억측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집값 전망치를 발표한 2020년 부동산원 예측 결과는 실제와 크게 달랐다. 당시 주택 가격과 전셋값이 모두 하락(-0.9%, -0.4%) 한다고 봤지만, 실제 그해 주택가격은 5.3%, 전셋값은 4.6% 상승했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원이 가진 전망치가 정부의 주장과 달라 발표를 못 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고 말했다.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올해 경제전망을 하면서 주택 가격이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집값 상승의 근본적인 원인인 공급 부족 문제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 등 집값을 자극할 변수도 적지 않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올해 전국 주택매매가격 상승률을 3.7%로 전망했고,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은 아파트값은 전국 3.5%, 수도권은 4.5%가 오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주산연은 “인천·대구 등 일부 공급과잉지역과 단기급등 지역을 제외하고는 하락세로 돌아서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전국 5%와 수도권 7% 상승을,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전국 2%와 수도권 3% 상승을 전망했다. 정부 출연 연구기관인 국토연구원도 5.1% 상승을 예측했고, 기재부는 이를 근거로 올해 세입예산을 편성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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