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산 아파트 붕괴, 감리부실 지적에.."돈 나오는 곳은 건설사"

조계원 입력 2022. 1. 14.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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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 속 무리한 공사 진행, 감리 책임론 부상
LH출신 대표 대형업체 감리
"감리·설계, 시공 없이 먹고 살 수가..눈치 보는 구조"
감리 업무 감독할 지자체 "감독 능력 없어"
그래픽=이해영 디자이너

HDC현대산업개발(현산)의 광주광역시 신축 아파트공사 외벽붕괴 사고를 두고 감리 부실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붕괴 현장에서 부실시공의 정황이 드러나면서 이를 1차적으로 예방할 ‘감리’가 제 역할을 하지 못 했다는 지적이다.

14일 경찰에 따르면 광주경찰청 수사본부는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신축 현장의 안전 관리 부실과 비리·비위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이를 위해 경찰은 감리를 비롯해 현산 관계자 2명, 콘크리트 타설 하도급(철근) 업체 관계자 1명, 타워크레인 기사 1명 등 5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앞서 11일 오후 3시46분쯤 화정동 아이파크 공사 현장 39층 옥상에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하던 중 23∼38층 외벽과 구조물이 무너졌다. 사고 직후 전문가들은 현산의 부실시공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먼저 외벽 붕괴의 가장 큰 원인으로 영하 날씨에 무리한 공사 진행이 지목된다. 겨울철 무리한 콘크리트 타설 공사가 사고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사고 당일 화정동 인근 기온은 섭씨 영하 2.2도였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영하의 날씨에서 보온·급열 조치를 취했더라도 콘크리트가 단단해지기 부족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오희택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시민안전위원장은 “온도가 0도 이하로 내려가면 열풍기 등을 동원해 보양작업을 하더라도 한기에 노출된 외벽에 결로 현상 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정상 공정에서는) 슬라브(바닥, 천장)와 외벽, 철근이 단단히 결합되어 있어야 하는데 붕괴면을 보면 잘려나간 것처럼 떨어져 나갔다. 제대로 시공됐다면 시멘트가 철근에 매달려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외벽에 고정된 타워크레인의 압력도 외벽 붕괴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오 위원장은 “사고 현장을 분석해 보면 타워크레인이 창틀 부위에 고정된 것을 볼 수 있다. 타워크레인을 건물에 고정할 때는 철근 등으로 보강이 돼야 하지만 창틀 부위는 철근이 들어갈 수도, 힘을 받는 부위도 아니다”라며 “크레인이 움직일 때마다 고정부위에 충격을 주면서 붕괴를 유도했을 것”이라고 봤다.

특히 해당 공사 현장은 닷새 마다 한 층이 올라가고, 주말에도 정신없이 공사가 진행됐다는 현장 관계자들의 증언이 나와 무리한 공사 가능성에 무게를 더한다.

공사가 무리하게 진행됐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공사의 품질과 공정, 안전을 확인·감독할 의무가 있는 감리의 책임론이 뒤따른다. 현산 아이파크 신축 현장은 경기도에 소재한 건축사무소 00이 감리를 진행했다. 해당 업체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출신이 대표를 맡아 직원이 200명이 넘어가는 대형 감리업체다.

오 위원장은 “붕괴면을 볼 때 감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의심해 볼 수 있다”며 “감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대한민국 공사현장은 감리를 똑바로 하면 회사를 그만둬야 하는 구조”라며 “감리의 독립성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감리업계에서도 여전히 시공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감리의 구조적 한계를 토로한다. 

익명을 요구한 감리업계 종사자는 “건설 현장의 특징을 봐야한다. 감리가 발주청이나 지자체의 관리감독 업무를 대신하지만 결국 돈이 나오는 곳은 시공사”라며 “권한을 주었다고 하지만 현장은 현장대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이어 “감리나 설계는 시공 없이는 먹고 살 수 없는 업종”이라며 “시공사가 발주처 눈치를 보는 것처럼 감리도 시공사의 눈치를 보게 된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감리를 관리‧감독해야 하는 지자체의 책임도 따져 봐야할 문제다. 

광주 한 구청 관계자는 “한 부서에 4~5명밖에 안 되는 상황에서 구청 공무원이 공사 현장의 감리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일일이 뛰어다니며 확인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감리가 제출하는 서류에 문제가 없는지 살펴보는 정도”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현재 인구 50만명 이상 자치구에 설치가 의무화된 지역건축안전센터를 전국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역건축안전센터는 건축 인·허가 및 공사장 점검 등 기술적인 부분을 전문적으로 검토하는 지방자치단체 조직을 말한다.

오 위원장은 “감리의 독립성 확보를 위해 사업 승인권자인 지자체가 감리와 직접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며 “전국에서 아파트 공사가 진행되는 만큼 지역건축안전센터 설치도 전국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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