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아파트 '콘크리트 강도' 조사 중..현산 '시공실적' 삭제될까
정몽규 회장 사퇴에도 비난 계속..최악 경우 '등록말소'
(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 = 광주 아파트 공사장 붕괴 사고는 콘크리트 부실 양생이 원인이라는 분석이 유력하게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가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광주 학동 철거과정 붕괴 등 부실 시공으로 인한 후진국형 참사들의 전형을 따르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현산) 회장이 퇴진이라는 초강수를 뒀지만 현산의 브랜드 이미지는 치명타를 입었다. 정부는 조사 결과에 따라 등록말소까지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콘크리트 강도 조사…2개월 뒤 원인 발표
18일 정부에 따르면 이번 사고의 원인이 밝혀지기까지 2개월 정도가 걸릴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는 콘크리트 압축 강도 시험을 실시하고 2개월간 사고 원인을 조사해 발표하기로 했다.
겨울철 콘크리트 구조물 품질 관리 지침은 콘크리트가 얼지 않도록 보온·급열 조치로 일정 수치의 압축 강도를 확보한 뒤 시공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건설·건축 분야 전문가들은 하층 콘크리트가 제대로 굳지 않아 필요한 강도를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무리한 타설로 건물이 연쇄 붕괴했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안형준 전 건국대 건축대학 학장은 "콘크리트는 타설 이후 급격히 굳어지다 28일이 지나면 강도가 거의 증가하지 않는다"며 "특히 기온이 낮은 겨울철에는 수분 증발이 안 되는 만큼 열을 가해야 하는데 이같은 과정이 미비했을 수 있다"고 추측했다.
건축물에서 콘크리트 양생은 통상 7일마다 한 층씩 올리며 시공된다. 무너진 16개 층 가운데 상당수는 충분한 강도가 발현될 시간이 있었다는 의미다. 최창식 한양대 건축공학부 교수는 "겨울에는 특히 보온 상태를 잘 유지하고 타설해야 적절한 강도가 발현된다"며 "크게 추워진 상황에서 온도 변화에 따른 콘크리트 타설이 잘 지켜졌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후 해당 신축 현장 타설 작업 일지가 공개됐고, 5~7일 만에 붕괴된 여러 층의 타설을 마친 것으로 드러나면서 '강도 불량에 따른 부실시공'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부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고질적인 안전불감증
감리 등 감독기능의 부실 문제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공사의 품질이나 안전을 감독할 의무가 있는 감리 활동이 제대로 이뤄졌다면 이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감리 활동을 보고받고 현장 안전 확보 여부를 진단하는 정부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오희택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시민안전위원회 위원장은 "날이 추워 콘크리트가 제대로 굳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면 감리가 타설을 못하게 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며 "타워크레인이 힘을 못 받는 창틀에 고정된 점도 안전수칙이 제대로 안 지켜진 것으로 보이는 부분"이라고 했다.
감리 업계의 구조적 한계도 뚜렷하다. 감리가 지자체나 정부를 대신해 공사 현장을 감독하지만 결국 시공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오희택 위원장은 "발주자나 시공자는 원가 절감이나 공기 단축에 관심을 쏟기 마련인데 감리자가 그들과 계약을 맺는다"며 "국내 건설현장 시스템 상 감리는 일을 열심히 하면 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감리 활동을 보고받는 지자체나 최종적인 감독 의무가 있는 정부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의견도 잇따른다. 사고 발생 때마다 대책을 내놓아도 비슷한 사고가 반복되기 때문이다. 안형준 전 건국대 건축대학 학장은 "공사 책임자뿐 아니라 감리자, 감리 일지를 제출받는 관할 구청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며 "건설회사뿐 아니라 안전 관리 시스템 전반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난 여론에 회장 사퇴했지만…최악의 경우 등록 말소까지
정몽규 회장이 두 번의 광주 참사에 대해 책임을 지고 회장직에서 물러났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안전사회시민연대는 '눈속임용 사퇴'라고 비판했다. 시민연대는 정 회장이 사퇴가 아닌 처벌을 받아야 한다며 구속 수사를 촉구했다.
참여연대도 이날 논평을 통해 "현산은 정몽규 회장의 '꼬리 자르기'가 아닌 당장 이사회를 개최해 사고 경위와 책임에 대한 조사에 나서고 제대로 된 재발방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두 차례의 대형 사고로 고급 아파트 이미지가 강한 '아이파크'의 위상도 추락 중이다. 이번 참사 후 광주 북구 운암3단지 재건축 조합은 시공사인 현산 컨소시엄에 시공 계약 해지 검토를 통보했다.
이와 관련 전날 노형욱 국토부 장관은 HDC 현대산업개발(현산)에 가장 강력한 행정처분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조사결과에 따라 '등록말소' 처분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얘기다.
노형욱 장관은 "현산에겐 조사결과에 따라 최대의 행정처분을 줄 것"이라며 "현재 건설산업법 82조에 따르면 고의와 과실을 통한 부실시공으로 5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하면 1년 내 영업정지를 할 수 있다"며 "하지만 83조에 따르면 중대한 손괴를 일으켜 공중의 위험을 발생시킨 경우엔 사업자 등록의 말소까지 가능하다"고 했다.
광주 아이파크 아파트 붕괴 현장 주변 주민들은 추가 붕괴를 고려해 현재 주거지를 벗어나 별도의 숙소로 피신한 상황인데, 법리해석에 따라 이 경우 '공중의 위험' 유발로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선 등록말소 처분을 받게 되면 건설사가 가진 시공능력 실적이 모두 상실되기 때문에 사실상 건설업 퇴출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1096pag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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