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거래허가'로 묶었지만.. 압구정 21%, 여의도 12% 되레 뛰었다
지난해 4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아파트 매매 시세가 지정 이후에도 1년 사이 20% 넘게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강남구 평균 상승률(14%)의 1.5배에 달한다. 실수요자만 집을 살 수 있어 전세 끼고 집을 사는 ‘갭 투자’ 수요가 차단됐음에도 집값이 주변보다 오히려 더 큰 폭으로 뛴 것이다.
정부가 주택 투기 수요 억제라는 명분으로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가 ‘계륵’ 신세가 되고 있다. 사유재산권 침해 논란에도 불구하고 ‘시장 안정’을 내세워 강행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집값 안정 효과가 없다는 사실이 통계로 입증되고 있다. 그렇다고 당장 규제를 풀기도 어렵다. 새 정부 출범 후 부동산 규제가 완화될 것이란 기대감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토지거래허가제까지 건드렸다가 주택 수요를 더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거래허가제’로 묶어도 압구정·여의도 집값 급등
10일 KB부동산에 따르면, 압구정동 아파트 평균 시세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기 전인 작년 3월 34억9748만원에서 지난달 42억4341만원으로 21.3% 올랐다. 같은 기간 강남구 평균 상승률 14%를 훌쩍 웃돌았다. 압구정동과 같은 날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양천구 목동(9.8%)과 영등포구 여의도동(12.2%)의 아파트 시세도 각각 양천구(9.5%)와 영등포구(10.9%) 평균과 비슷하게 올랐다.
이보다 앞서 2020년 6월 토지거래허가구역이 된 강남과 송파구 4개 동 역시 규제 이후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대치·삼성·청담 등 강남구 3동의 경우 2020년 5월부터 지난달까지 시세 상승률이 17~20% 수준이다. 송파구 내 토지거래허가구역인 잠실동(24.8%)도 송파구 평균(25.5%)만큼 아파트 값이 뛰었다. 잠실주공 5단지 인근에서 영업 중인 한 공인중개사는 “풍부한 시중 유동성과 다주택자 규제로 인한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규제의 효과를 반감시킨 것 같다”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서 매수 문의가 많이 줄어든 것은 맞지만 매물 자체가 워낙 적기 때문에 사는 쪽이나 파는 쪽이나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 생각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사유재산권·거주 이전 자유 침해 논란
당초 토지거래허가제는 신도시나 산업단지 등 대규모 부동산 개발이 이뤄질 때 인근 땅 투기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아파트가 밀집한 주거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것은 문재인 정부가 처음이다. 당초 청와대와 국토교통부 모두 도입에 신중한 입장이었지만 2020년 4월 총선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하자 국토부가 두 달 뒤 전격 도입했다. 다만 압구정동은 작년 4월 당선된 오세훈 서울시장이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로 인한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토지거래허가구역에 추가했다.
시장 안정이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토지거래허가제는 ‘사유재산권 침해’ 논란을 빚어왔다. 해당 지역 집주인들은 “내 집을 내 마음대로 사고팔지도 못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새 정부 인수위원회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를 1년간 한시적으로 완화하기로 밝히면서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주택을 전·월세로 주고 있는 다주택자의 불만이 크다. 토지거래허가제 지역에서는 기존 세입자와의 계약이 끝나기 전까진 주택을 처분할 수 없다.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을 수 없으면 가격 안정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기존 거주하던 집의 임대차 계약 만료 시점에 맞춰 자가 주택에 입주하려고 일부러 전세 낀 집을 구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런 거래까지 모두 금지하는 것은 공권력의 횡포”라고 말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윤 당선인의 공약대로 시장을 정상화하려면 주거지의 거래허가제는 중장기적으로 없애는 게 맞는다”며 “집값 자극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규제를 완화하고 대체 주거지를 만들어 수요를 분산시키는 방향으로 정책이 세워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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