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규제 완화한다더니..시장 불안만 부추긴 인수위

송진식·류인하 기자 2022. 4. 20.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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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넘게 미적..결국, 정책 발표는 차기 정부 출범 이후로 미뤄

[경향신문]

속전속결 처리 기대감 심어 재건축 단지 위주로 아파트값만 올린 셈
집주인·실수요자 비판 이어져…지방선거 앞두고 유불리 고려 관측도

속전속결로 부동산 규제 완화를 추진했던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차기 정부 출범 이후로 정책 발표를 미루기로 한 것을 놓고 지역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인수위가 규제 완화를 언급하는 동안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 가격이 급등하고, 아파트값이 상승 국면으로 돌아서는 등 결과적으로는 시장 불안만 들쑤신 것이 됐기 때문이다. 지방선거가 40여일 앞으로 다가온 점을 들어 인수위가 정치적 계산 아래 정책 발표를 늦춘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된다.

20일 인수위 등에 따르면 경제2분과에 설치된 부동산 태스크포스(TF)는 지난달 30일 첫 회의 개최를 알리는 보도자료를 배포한 뒤 20일 넘게 정책 관련 공식 입장이나 자료를 내지 않고 있다. 첫 회의 당시 “9명의 민간시장 전문가를 초빙해 시장 안정, 시장 정상화, 시장 중심의 정책 변화를 확실히 체감할 수 있도록 해법을 제시하겠다”고 포부를 밝힌 것과 대비된다. 인수위는 급기야 지난 18일 “부동산 관련 정책은 새 정부 출범 후 종합 발표하겠다”고 선언했다. 당일 오전 원희룡 인수위 기획위원장 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기획재정부와 국토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정책을 대외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한 걸 내부 논의 끝에 뒤집는 등 촌극을 벌인 후 내놓은 입장이다.

본래 인수위는 속전속결로 부동산 규제 완화를 밀어붙였다. 지난달 22일 인수위 브리핑에선 임대차 3법의 폐지 내지는 축소, 민간등록임대 활성화 및 ‘뉴스테이’ 등의 민간공공임대 건설 확대 등 구체적인 정책방향이 공개됐다. 부동산TF 첫 회의 다음날인 지난달 31일에는 정부에 “4월부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유예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시점을 전후로 보유세 및 재건축 규제 완화, 금융규제 완화 등의 인수위 내부 검토설이 언론보도를 통해 쏟아졌다.

인수위가 규제 완화에 힘을 싣는 동안 한국부동산원의 3월 5주차 집계에서 전국 아파트값이 하락을 멈추고 5주 만에 보합으로 전환됐다. 1주일 뒤인 4월 1주차 집계에선 서울 아파트값이 11주 만에 하락을 멈추고 보합 전환됐고, 주요 재건축이 몰린 강남·서초는 수억원씩 가격이 급등하는 등 시장 불안이 가시화됐다. 부동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수위가 ‘집값 상승 원인 제공’이라는 지적이 부담스러우니 일단 정책 발표를 미룬 것”이라며 “뚜렷한 정책방향을 내놓은 것도 아니어서 결과적으로는 시장 불안만 부추긴 셈이 됐다”고 말했다.

재건축 규제 완화나 금융규제 완화 등에 기대를 가졌던 집주인이나 실수요자들은 인수위의 행보를 비판하고 있다. 대형 부동산카페인 ‘부동산 스터디’의 한 회원은 “국민에게 변화와 신뢰도 못 주고 현 정부가 하던 정책에서 우왕좌왕하고 있다”고 게시판에 썼다. 올해 서울권 청약을 준비 중인 40대 직장인 A씨는 “생애최초 LTV(주택담보인정비율) 완화 공약을 기대하고 청약을 준비 중인데 언제 결정될지 모르니 답답하다”며 “대선 전이나 지금이나 불확실성은 그대로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정책 발표가 미뤄지긴 했지만 양도세, 보유세 완화나 재건축 규제 완화 등에 대한 전반적인 방향성은 제시가 됐다고 본다”며 “다만 공급 측면에선 보다 구체적인 공급방안이 제시돼야 시장과 실수요층에 안정감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송진식·류인하 기자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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