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주택량, 주요국 비해 저조.. LTV 완화 땐 집값 영향"

"주거복지 기반 공급정책 중요"

한국의 주택 재고량은 미국과 호주 등 주요국 34국 가운데 27위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 재고량은 인구 1000명당 주택수를 비교한 것이다. 대출 규제 등 수요 중심의 부동산 정책은 주로 서울 주택의 자산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23일 한국은행의 ‘자산으로서 우리나라 주택의 특징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고소득층의 자가주택 보유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가까웠지만, 중·저소득층의 주택 보유는 저조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서울의 주택 재고가 지방에 비해 부족했다.

보고서는 또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 완화가 서울 지역 아파트의 자산 가치를 높이는 반면 지방 아파트의 자산 가치를 떨어뜨린다고 분석했다. LTV를 상향 조정했을 경우엔 서울 아파트 구입을 위한 대출 여건이 개선되지만, 이는 지방 아파트 수요를 위축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대출 규제가 완화되면 서울 주택 수요는 증가하지만, 자산으로서 대체 관계에 있는 지방 아파트 수요는 감소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주택공급의 증가가 지역과 주택 유형에 관계없이 주택의 자산가치를 낮추는 효과를 낸 것으로 분석했다.

금리와 대출 규제 효과는 지역, 주택 유형 등에 따라 서로 다르게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금리 상승에 따른 자산가치 하락 효과는 주로 서울 지역에 크게 나타났다. 대출 규제 완화는 서울 지역 아파트의 자산 가치를 높이는 반면, 지방 아파트의 자산 가치는 낮추는 것으로 추산됐다. 한은은 주거서비스 가치를 전세가격, 월세가격 등을 반영해 이런 결론을 도출했다. 전월세 비중이 높은 임대차 시장 특성을 고려한 것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지역별로는 서울, 유형별로는 아파트의 자산가치가 높았다.

성병묵 한국은행 조사국 국제무역팀 차장은 “주택시장 안정을 도모하려면 장기적 관점에서 주거복지에 중점을 둔 일관된 공급정책이 중요하다”며 “주택시장의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는 공급정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