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투자 5년째 마이너스 성장..성장률 끌어내린 원자잿값·공급부진

조은임 기자 2022. 6. 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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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투자 기여도도 마이너스..성장률 5년째 깎아먹어
"물가 등 단기적 요인에 재정지출 줄어든 구조적 요인 있어"

2010년대 후반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세를 이끌었던 건설투자가 올해로 5년째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전망이다. 올초만 해도 올해 건설투자는 2%대 성장률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됐지만, 상반기를 지나가면서 급격하게 전망이 악화됐다. 상반기 건설투자 성장률 전망치는 -3%대다.

건설투자를 악화시킨 원인으로는 원자재 가격 상승이 꼽힌다. 철근·형강 등이 2년전대비 약 80% 상승하면서 토목, 민간건설 모두 부진하게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5년간의 정책 실패로 공급부진이 쌓여온 여파도 크다. 분양가 상한제로 공급이 지연된 영향도 크기 때문이다.

그래픽=손민균

3일 한국은행의 5월 전망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건설투자 성장률은 -0.5%로 전망됐다. 2월 전망에서는 2.4%였지만 석 달 만에 마이너스 성장으로 곤두박질 친 것이다. 한은은 1분기 중 건설투자는 글로벌 공급차질에 다른 원자재 가격 상승의 영향으로 상당폭 둔화했다고 진단했다.

건설투자가 한은 전망대로 간다면 이는 5년 연속 역성장이다. 건설투자는 2015년 6.3%, 2016년 10%, 2017년 7.3%로 큰 폭의 플러스 성장을 하며 국내총생산(GDP) 성장을 이끌어왔다. 그러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인 2018년 -4.6%를 기록한 이후 2019년 -1.7%, 2020년 -0.4%, 2021년 -1.5% 등 연거푸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같은 역성장에 건설투자는 성장률을 깎아먹는 요인으로 전락했다. 이 역시 5년 연속이다. 2018년 GDP를 0.7%포인트(p) 끌어내렸던 건설투자는 2019년 -0.3%p, 2020년 -0.1%p, 지난해 -0.2%p의 성장기여도를 기록했다. 5월 전망에서 성장기여도는 약 -0.1%p로 추정돼 올해도 성장률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한은은 특히 올해 상반기 건설투자 현황을 심각하게 인식했다. 2월 전망 0.6%에서 5월 전망에선 -3.4%로 수치가 급락했다. 한은은 상반기 건설투자 부진의 배경으로 ‘원자잿값 상승’을 첫 손에 꼽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각종 원자재 가격의 공급에 차질이 생겼다. 원자재 가격지수는 2020년 1월을 100으로 뒀을 때 올해 4월 기준 일반철근이 183.2, 형강 180.2, 시멘트 128.0까지 상승했다.

한은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시멘트, 철근 등 연간 전망에 차질이 생겼다”면서 “건설투자 사이클이 있는데 2010년 중후반에는 플러스 기여를 하다가 조정되는 기간에 들어섰고, 아직 상방으로 돌아서지는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서울 강동구 둔촌 주공 아파트 재건축 현장. /뉴스1

이와 함께 공급지연도 건설투자에 악영향을 미쳤다. 전 정부의 분양가 상한제 정책 등으로 민간 분양이 상당부분 미뤄지면서 착공에 들어가지 못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상반기 분양물량은 21만2000가구로 예상됐지만 5월 예상치는 17만가구로 감소했다.

한은은 앞으로 건설투자가 원만히 회복될 것이라는 가정아래 올해 하반기 성장률을 2.2%로 예상했다. 내년도 건설투자 성장률도 2월 2.3%에서 5월 2.6%로 올려잡은 상황이다. 하지만 원자재 가격은 물론 공급 부진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추가적인 조정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 지난 5년간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감소한 데 이어 각종 규제책으로 공급이 줄어든 구조적인 원인도 배제할 수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는 물가상승으로 비용이 증가하는 부분이 건설투자를 악화시키고 있다”면서도 “건설투자 부진이 장기화되는 건 정부 재정지출에서 건설 쪽으로 쓰이는 부분이 예전만큼 많지 않다는 구조적 요인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위축됐던 성장세가 회복하기 위해서는 건설투자의 회복이 전제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고용효과와 소득분배 효과가 큰 건설업이 살아나야 경기 하방경직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건설업의 경우 10억원당 투입했을 때의 취업유발계수가 10.67명으로 정보통신·방송서비스(9.13명)보다 우위에 있다.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건설업의 노동소득분배율은 89%에 이른다. 산업에서 창출된 부가가치가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비율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건설투자는 전체 GDP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도 하지만 전체 성장세의 방향을 이끄는 역할을 한다”면서 “과거의 가격규제에다 원자재 가격 상승까지 일어나다 보니 지금 건설투자가 많이 약화된 상태인데 회복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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