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약 없는 서울 로또분양.. "후분양만 늘어날듯"

연지연 기자 입력 2022. 7. 15. 06: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청약점수 고가점자가 기다리는 서울 ‘로또 분양’이 기약없이 미뤄지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가 손질됐지만 자재비나 인건비 등 물가인상률을 소폭 반영해주는 데 그치다 보니 이런 추세는 당분간 지속할 전망이다. 로또 분양의 대명사인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의 재건축 정비사업지는 후분양 카드를 고민하고 있다. 그래야 그나마 재건축 사업장의 수익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서울 강남권 분양단지로 지난해 분양한 서울 서초구 원베일리 공사모습. 이후로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한 '로또 분양' 단지가 자취를 감췄다./연합뉴스 제공

5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에 들어서는 신반포15차(래미안 원펜타스) 재건축이 내년 분양으로 가닥을 잡기로 했다. 이 단지는 2023년 11월 준공 예정이다. 내년에 분양하게 되면 1월에 일반 분양을 시작한다고 하더라도 분양 후 10개월 만에 입주하게 되는 것이라 사실상 후분양이다. 신반포15차는 삼성물산이 시공을 맡아 지하 4층~지상 최고 35층, 6개 동, 641가구로 공급된다. 이 중 263가구가 일반분양으로 나온다.

역시 서초구에서 재건축을 진행 중인 반포 1단지 3주구는 아예 처음부터 후분양으로 가닥을 잡고 준비하고 있다. 같은 서초구에 들어서는 메이플자이 등 인근 단지들이 분양을 하고 이를 감안해 분양가를 책정한다고 해도 사업성을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아예 공사 수주 단계에서부터 후분양으로 계획을 잡는 경우도 있다. 서초구 방배동의 신동아 아파트는 재건축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있는데, 출사표를 던질 예정인 포스코건설은 후분양 카드를 제시할 예정이다.

후분양은 공정률 80% 이상인 상태에서 분양이 이뤄지는 것을 말한다. 선분양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분양가를 책정할 수 있어 공사비를 감당할 여력이 있는 조합원들에게는 유리한 선택지다. 상승한 택지비와 원자재 가격도 분양가에 반영할 수 있다.

후분양까지는 아니더라도 분양을 최대로 미루려는 움직임도 있다. 서울 송파구의 잠실 진주 아파트와 강남구의 청담 삼익 아파트(청담 르엘)는 내년에 분양할 예정이다. 문화재 출토, 오염토 문제로 각각 사업 속도가 지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굳이 빨리 분양할 이유도 없다는 것이 조합의 계산이다.

한 정비업체의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제 손질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인건비나 자재비가 오른 것을 일부 반영해준다는 의미 정도만 있어 당장 분양가를 원하는 만큼 높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면서 “금융비용 부담 때문에 후분양이 쉽지는 않지만, 분양일정을 최대한 천천히 잡는 편이 나은 상황”이라고 했다.

이에 로또 분양을 기대하는 이들의 기다림은 길어지고 있다. 지난해 서울 서초구 원베일리의 일반분양(224가구)이 이뤄진 이후로 사실상 로또분양 단지가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 사이 무주택 연수가 더해지면서 고가점 청약 대기자는 늘고 있다. 내년에 분양할 예정인 잠실 진주 아파트나 신반포 4차(메이플 자이)의 청약 경쟁률은 올라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청약제도가 바뀌는 것도 고가점 청약 대기자들의 셈법을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정부는 가점이 낮은 젊은 층을 위해 ‘가점제’보다 ‘추첨제’ 비중을 높이는 것을 골자로 개편안을 마련하고 있다.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은 100% 가점제였는데 추첨제 비중을 확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에 현금이 준비된 실수요자 사이에서는 분양가가 다소 높아지는게 낫다는 반응도 나온다. 청약 점수 만점(84점)을 달성한 직장인 임모씨(53)는 “로또분양을 기대하고 강남권 아파트 분양을 기다리고 있다”면서 “차라리 분양가가 다소 비싸지더라도 소수가 경쟁하는 구도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또다른 고가점자인 이모씨(48)는 “눈여겨보고 있는 아파트의 청약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데, 다음번 청약에서 경쟁률을 대강 파악해보고 정 안될 것 같으면 구축 아파트 구매로 시선을 돌려야 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서 “일단 다음 번 로또 분양단지의 청약 경쟁률이나 가점 상황을 살펴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