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단군 이래 최대→좌초→주택 공급→용트림?.. 정권 따라 바뀐 용산정비창

김서연 2022. 7. 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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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정비창 부지 전경.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대통령실 용산 시대와 맞물려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 프로젝트가 다시 '용트림'하는 기회를 맞고 있다. '단국 이래 최대 개발 사업'으로 불리다 금융 위기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좌초된 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정권 교체를 계기로 재시동이 걸린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지난 문재인 정부와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시절 1만 가구 주택 공급이 추진됐지만, 프로젝트를 처음 추진한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해 보궐선거에서 승리하면서 상황이 급반전됐다. 이후 같은 당인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사업 재추진에 '청신호'가 켜졌다.

정권 입맛에 따라 사업 추진 운명이 좌지우지된 셈이다. 다만, 지난 문재인 정부 시절 국제업무지구의 핵심인 용산정비창 부지 일대에 1만 가구 공급이 계획된 만큼 주택 공급과 맞물려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용산정비창, 정권 따라 '좌지우지'
용산국제업무지구 프로젝트는 지난 2006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부가 추진한 '철도경영 정상화 종합대책'이 첫 시발점이다. 2005년 철도청이 한국철도공사(코레일)로 전환하면서 발생한 4조5000억원의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용산정비창 부지를 개발, 부채 상환을 하기로 한 것이다. 용산정비창은 서울 용산구 한강로3가 일원 51만여㎡ 규모다. 코레일이 36만여 ㎡로 전체 부지의 71%를 소유하고 있다. 나머지는 국·공유지와 사유지다.

이때 당시 민선 4기 오세훈 서울시장이 추진하던 역점 사업인 '한강 르네상스 마스터플랜'의 일환으로 용산 철도정비창 부지와 서부이촌동 일대 총 51만8692㎡를 관광·정보기술(IT)·문화·금융 비즈니스 허브 등 국제업무지구 개발을 추진하면서 몸집이 커졌다.

총 사업비 30조3000억원에 달하는 '단군 이래 최대 프로젝트'로 불렸다. 하지만 리먼 브러더스 사태 등이 터지면서 자금 조달 문제 등이 겹쳤고, 사업이 꼬이기 시작했다. 결국,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 2011년 시행사의 부도로 사업이 좌초됐다. 특히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시절 개발이 아닌 '도시 재생'에 역점을 두면서 사업은 사실상 수면 아래로 가라 앉게 됐다.

/사진=뉴스1

■용산국제업무지구 프로젝트 '재시동'
그러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수도권 주택공급 기반 강화를 골자로 한 '5·6대책'을 통해 용산국제업무지구 핵심 부지인 용산정비창 부지에 8000가구의 주택 공급 계획이 발표됐다.

이어 발표한 서울권역 등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인 '8·4대책'에서는 2000가구를 추가한 1만 가구를 공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오 시장이 지난해 4월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당선되면서 상황은 급반전됐다. 오 시장은 당선 이후 '제2한강르네상스' 추진을 예고하며 용산국제업무지구 재추진 의사를 밝혀왔다. 이 과정에서 국토부와 정비창 부지내 주택 공급 방안을 놓고 엇갈린 입장을 보이면서 꼬인 실타래를 풀지 못했다.

접점을 찾지 못할 것 같던 용산정비창 부지 개발은 오 시장과 같은 당인 윤석열정부가 집권하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국토부는 지난 18일 열린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첫 업무보고에서 용산 일대를 글로벌 비즈니스 허브, 역사·문화·소통의 공간으로 조성해 '용산시대'를 열겠다고 보고했다.

국토부는 '글로벌 비즈니스 허브'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밝히진 않았지만, 오 시장이 역점적으로 추진 중인 용산국제업무지구와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글로벌 비즈니스 허브 조성은 서울시의 의견도 일부 반영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용산정비창 부지에 상업·업무 기능을 강화하는 쪽으로 국토부와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상황"이라며 "용산정비창 개발 방향에 대해 협의가 진행 중인데 연내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용산 정비창부지의 주택 비중을 30%로 줄이고, 상업·업무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을 놓고 국토부와 협의 중이다. 용산전자상가 등 주변 지역에도 주택을 공급해 공급 물량을 최대한 유지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서울시는 올 하반기 중 '용산정비창 부지 개발 마스터플랜'을 발표할 계획이다.

용산정비창 개발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약칭 용산정비창 공대위) 참여 대표자들이 지난해 11월24일 서울 용산구 용산정비창 정문(이촌로 53인근)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매수세 꺽인 용산 집값 기대감↑
용산국제업무지구 재개 가능성이 커지면서 용산 일대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용산구는 대통령실 이전으로 집값 상승세가 이어졌지만 최근 거래절벽이 심화되면서 지난 주 4주 만에 0.01% 내리면서 하락 전환됐다.

용산구 소재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매수세가 꺽이면서 일부 단지에서 억 단위 하락 거래가 발생하는 등 집값이 하락 반전됐다"며 "하지만 용산정비창 사업이 재개될 경우 호재가 될 수 있어 집값은 다시 오름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인근의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국토부의 용산시대 관련한 대통령 업무 보고가 언론 보도에 난 뒤 문의하는 전화도 몇통 받았다"며 "용산정비창 외에도 용산공원 조성, 정비 사업 등 개발 호재가 많아 열기가 쉽게 꺽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귀뜸했다.

한편, 일부 시민단체들은 해당 부지에 100% 공공주택 공급을 주장하고 있어 찬반 논란은 한층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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