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하 비율 20% 넘어가는데 문화재가 발목.. 개발 어려운 풍납동의 '눈물'

오은선 기자 2022. 8. 2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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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모아타운 대상 지역으로 반지하 밀집 지역 우선 선정하기로
반지하 비율 높아도 문화재 제한에 개발 어려움
"주민들은 고통..빠른 발굴·보상이 우선"

“풍납동 토성 내 3권역은 노후도가 70%를 훌쩍 넘고 반지하 비율은 20%가 넘어가는 낡은 동네입니다. 그런데도 문화재 발굴 지역 개발 규제로 도시가 멈춰 있어요. 이번 반지하 대책에서도 소외될까 걱정입니다.”

서울의 낙후 지역 중 문화재로 인해 재개발 사업에 발이 묶인 지역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반지하 가구 비율이 많게는 20%를 넘어가는 곳이라 최근에 일어난 수도권 집중호우와 같은 일이 또 발생할 경우 피해가 우려되지만, 재개발이 잘 진행될 가능성은 작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재해에 취약한 주택을 줄일 방안으로 반지하 주택이 많은 지역을 우선적으로 재개발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그러나 문화재 이슈가 있는 이들 지역은 이번 대책의 수혜지에도 포함되지 못할까 우려하고 있다.

2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의 반지하 대책 발표 이후 송파구 풍납동과 중구 다산동 등 문화재 때문에 개발이 제한된 지역에서 문화재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16일 서울의 한 주택가에 위치한 반지하 가구들. /연합뉴스

서울시는 지난 15일 공공재개발이나 모아타운 대상지 등 정비사업 대상 지역으로 침수 이력이 있는 반지하 주택 밀집 지역을 우선 선정하기로 했다. 집중호우에 취약한 반지하 주택에 거주하는 주민들을 지원하기 위한 대책이다. 서울시는 신속통합기획 방식의 재개발 후보지를 공모할 때도 상습 침수구역이나 침수 우려 구역에 가점을 주는 방안을 검토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일부 지역에서는 침수 피해 가능성이 있음에도 이런 혜택을 받지 못할 거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송파구 풍납동 토성 내 지역이다.

과거 서울의 대표적인 저지대 침수 지역이었던 풍납동은 이번 집중호우에는 무사했지만, 침수에 취약한 반지하 비율이 매우 높은 편이다. 통계청이 가장 최근 전수조사한 2010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토성 내 풍납1동의 반지하 비율은 동 전체 가구의 20.3%나 된다.

마찬가지로 토성 내부에 있는 풍납2동의 반지하 비율은 10.2% 수준이었다. 2020년 시행한 표본조사에 따르면 풍납동이 속한 송파구의 반지하는 1만84가구로, 서울 전체 반지하 가구 수의 5%에 달한다.

풍남동은 취약 주택이 많음에도 재개발 진행이 어려운 상황이다. 풍납동 토성지역에서 1997년 백제 유물이 대거 발견되면서 각종 건축행위가 제한됐기 때문이다. 높이 21m 이상 건물을 지을 수 없고, 땅도 2m 넘는 깊이로 팔 수 없다. 지상 약 7층 높이가 최선인 셈이다. 터파기 중 유물이 나오면 공사도 바로 중단된다.

임주안 풍납동 토성 내 재개발 추진위 임시대표는 “지난번 서울시 모아타운 대상지에도 신청해봤지만, 문화재 등 때문에 사업추진이 어렵다고 거절됐다”면서 “풍납동은 언제 비가 많이 들어찰 지 모르는 노후 반지하 주택이 많아 적극적으로 개발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 6월 10만㎡ 이내 노후 저층주거지를 하나의 그룹으로 묶어 공동 개발하는 사업인 모아타운 대상지를 발표했다. 당시 송파구 풍납2동 279-21일원과 풍납동 86-5번지 일원은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에 따른 건축 규모 제한으로 사업추진이 어려움”이라는 이유로 선정되지 않았다. 추진위에 따르면 풍납동은 노후도가 70%를 넘어 모아타운 공모 참여에 필요한 조건(20년 노후주택 57% 이상)은 충분히 갖춘 상황이다.

한편 주민들 사이에서는 문화재청의 느린 보상이 풍납동 주민들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만든다는 주장도 나온다. 문화재청은 재개발 가능성이 있는 풍납동 3권역 보상을 2053년 시작해 2073년 발굴을 시작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성벽을 포함하고 있는 1권역과 2권역 보상과 발굴이 동시에 진행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지역은 풍납동 뿐만이 아니다. 중구 다산동 성곽길 일대 역시 문화재보호구역으로 건축물 높이 제한이 있어 재개발 사업을 하기 어렵다. 서울시는 중구 다산동 432 일원의 모아타운 미선정 이유로 “서울성곽 문화재보호구역 등으로 높이규제 등 사업실현이 어려워 선정을 보류했다”고 설명했다.

다산동 주민 A씨는 “구역 전체 중 노후주택이 80% 이상”이라면서 “반지하 비율도 동 전체 가구 중 10%가 넘는데, 이번 서울시 반지하 대책을 보고 재개발 지역 우선 선정을 기대했지만 지난번 모아타운처럼 될 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주민들의 주거의 질 향상을 위해 발굴 작업과 보존성 및 중요도 판단이 신속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긴 발굴 작업 이후 보존성이 떨어진다는 결과가 나와 주민들이 시간만 낭비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문화재 보호와 관련된 지역 개발은 국지적인 이슈라고 볼 수 있지만 주민들이나 소유자들에게는 큰 고통”이라면서 “여러 기관이 힘을 합해 발굴 작업을 빨리 진행하고 보존 가치가 적은 지역들을 우선적으로 개발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개발이 불가능한 지역은 활용할 수 있는 용적률을 다른 지역에 판매해 수익을 갖게 하는 방법도 있다”면서 “땅 아래를 파는게 어려우면 상층부를 더 올리는 등 여러 방식을 동원해 낙후 지역을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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